주체103(2014)년 7월 5일 로동신문

 

실화

배낭속의 군화

 

집에 찾아왔던 손님이 돌아간지 오래되였지만 김은순은 배낭을 그러안은채 움직일줄 몰랐다.머리속에서는 손님이 남기고 간 말이 계속 맴돌았다.

《아주머니,잘 생각해보십시오.래일 또 오겠습니다.》

그 손님은 혁명사적일군이였다.오늘까지 두번째로 김은순의 집을 다녀갔다.

(하긴 그의 말이 옳지.그렇지만…)

김은순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배낭을 어루만지였다.

배낭속엔 한컬레의 군화가 있었다.김은순이 수십년동안 소중히 간수해오는 전쟁시기의 신발이였다.혁명사적일군이 찾아온것은 바로 그 신발때문이였다.

《신발을 내놓기 아쉬워하는 심정은 십분 리해되지만 그래도 더 큰걸 생각해야지요.우린 그 군화를 박물관에 전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는것입니다.》

혁명사적일군이 이렇게 말하였지만 김은순은 선뜻 배낭을 끄르지 못했다.진정코 몸에서 떼놓기 힘든 신발이였다.흘러온 세월속에 그의 인생과 한덩어리가 된 군화였다.

그는 배낭속에서 신발을 꺼내들었다.

아직 옛 모습대로인 군화,

불쑥 신어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그는 조심조심 군화를 신었다.좀 껄껄하고 딴딴한 안가죽이 발에 닿는 촉감도 그렇고 문수가 커서 훌렁한것 역시 이전 그대로였다.

신끈을 조여맨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보았다.발보다 큰 신발이 방바닥에 끌리면서 귀에 익은 소리를 냈다.

털써덕,털써덕…

그 소리는 추억의 문을 열며 멀리 흘러간 나날을 불러냈다.

《아니,그 신발을 아직도 신고있느냐?》

수십년전 어두컴컴한 갱도안에서 공장일군이 하던 말도 귀전에 울려왔다.

김은순은 군화를 점도록 바라보았다.

 

* *

 

털써덕,털써덕…

은순이는 군화를 끌며 서둘러 갱도안의 작업장에 들어섰다.방금 탄 소재를 기대옆에 놓은 다음 재빨리 작업등을 켜고 시동스위치를 눌렀다.

윙- 선반은 기운차게 돌기 시작했다.

쿵,쿵- 갱도밖에서는 인민군대 고사포들이 적기를 향해 불을 토하고있었다.갱도안에서는 선반들이 세차게 동음을 울리고있었다.

갑자기 적기가 비명을 지르는 굉음이 귀따갑게 울리였다.

《양키놈비행기가 또 한대 처박힌다!》

한 선반공이 소리쳤다.

《벌써 넉대째다.잘한다!》

기세가 오른 작업장에 떠들썩 말들이 오갔다.

《어제 포접수왔던 군관이 하는 말 들어봤나.글쎄 미국놈들이 인민군대 박격포에 눈이 달렸다고 하면서 어디서 그런 포가 나오는가고 아우성친대.》

《어디서 나오긴,바로 여기 군자리지하병기공장에서 우리가 만들지.》

하하하-

은순이는 신이 나서 가공속도를 부쩍 높였다.이제 한두개 소재만 더 깎으면 하루계획을 150%로 넘쳐 수행한다.

그가 맡은 기대는 우람차고 높았다.은순이는 키가 모자라 빈 탄약상자를 놓고 그우에 올라서서 선반을 돌리고있었다.

그는 큼직한 군화를 신고있었다.공장에 들어온 날 창고에서 전시로동보호물자를 타면서 고른것이였다.자기 발보다 컸지만 개의치 않았다.남녘땅에서 살다가 인민군대를 따라 공화국북반부로 들어오기 전에는 고무신도 변변히 신어보지 못한 그였다.그랬던지라 가죽으로 만든 그 군화이상 더 좋은 신발이 없을상싶었다.

바이트날끝에서 보라빛절삭밥이 쉼없이 타래쳐 신등에 떨어졌다.은순이는 발을 탕탕 굴러 그것을 털어냈다.

그때였다.뒤에서 인기척이 났다.이어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작업장안에 울리였다.난생처음 듣는 친근하면서도 힘있는 특이한 음성이였다.

은순이는 저도 모르게 일손을 멈추고 돌아보았다.키가 후리후리하신분이 서계시였다.

순간 은순이는 흠칫하였다.그분께서 흐리신 안색으로 자기 신발을 주의깊이 내려다보고계시였던것이다.그러시다가 허리를 굽히시여 기계기름이 묻고 쇠밥이 달라붙은 신코를 손수 꼭꼭 눌러보시였다.

은순이는 당황해났다.미처 닦지 못해 어지러워진 신발을 만져보시니 어쩌면 좋을지 몰라 몸을 옹송그렸다.

이윽고 그분께서는 허리를 펴시고 나어린 처녀선반공이 발에 맞지 않는 큰 신발을 신고있습니다 하시며 다시금 안색을 흐리시였다.

은순이는 속이 울컥해졌다.전시여서 누구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기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긴 큰 신발을 그분께서만은 스쳐보지 않으시고 가슴아파하시는것이였다.여태 느껴보지 못한 인정에 은순이는 눈물이 났다.

(누구이실가?!…)

은순이앞에 서계시는분은 어버이수령님이시였다.그러나 은순이는 전혀 모르고있었다.공화국북반부로 갓 들어온데다가 위대한 수령님께서 그처럼 자기같은 평범한 로동자들이 일하는 갱도에 찾아오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던것이다.

어버이수령님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또다시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고 하여도 굴안에서 밤낮이 따로없이 일하고있는 로동자들에게 신발 하나 제대로 신기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나어린 처녀선반공에게 발에 맞는 신발을 꼭 해결해주어야 하겠습니다.》

은순이의 입에서 흑- 하고 흐느낌소리가 새여나왔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울먹이는 은순이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면서 그래,지금 몇살이요? 하고 물으시였다.

은순이가 나이는 열다섯살이고 고향은 서울이며 후퇴대렬을 따라 혼자 공화국북반부로 들어왔다는것을 아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저으기 놀라와하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고향에는 누가 있는가고 재차 물으시였다.

은순이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다고 대답올리였다.

그러자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추연한 눈길로 은순이를 여겨보시였다.

은순이가 홀몸으로 공화국북반부에 들어오게 된것은 미국놈들의 폭격때문이였다.폭격이 얼마나 심했던지 은순이와 한마을에 살던 녀인은 창황중에 아이대신 베개를 업고 뛰였다.그런 란리속에 은순이는 어머니와 동생들과 헤여진채 북으로 들어오게 되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은순이의 머리를 쓸어주시였다.그러시다가 갈리신 음성으로 어머니가 몹시 보고싶지? 하고 말씀하시였다.

은순이는 가까스로 참고있던 울음을 끝내 터치고말았다.

기대를 돌리다가도 멀리 남쪽에서 포성이 울리면 어머니생각을 한 그였다.세살때 아버지를 잃고 삯바느질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 어릴 때부터 껌팔이며 신문배달,부자집아이보개를 하면서 가난과 천대속에 허덕인 은순이였다.그래서 공장에서 생활비며 상금을 받을 때면 남녘땅에서 고생스럽게 살아가고있는 어머니와 헐벗고 굶주릴 동생들이 생각나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가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다.그런데 어버이수령님께서 그 심정을 다 헤아려주시며 마음속상처를 따뜻이 쓰다듬어주시는것이였다.

은순이는 저도 모르게 《아버지!》하고 부르며 어버이수령님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수령님께서는 그를 꼭 안으시고 손수건을 꺼내시여 눈물을 닦아주시며 울지 말라고 달래시였다.그러시는 수령님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여있었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어깨를 들먹이는 은순이에게 어머니가 몹시 그리울것이다,그러나 앞으로 일하는 과정에 공화국북반부에 세워진 사회제도가 얼마나 좋으며 또 자기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있는가를 잘 알게 되면 모든 애로와 난관을 극복할수 있을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그러시며 왜 어린 동무에게 이런 큰 기계를 맡겼는가고 공장일군들을 나무라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기계기름이 묻은 은순이의 손을 쓰다듬어주시면서 후퇴하여오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였겠는데 몸에 맞는 일을 맡겨주어야 한다고 하시며 직종을 꼭 바꾸어주도록 하여야 하겠다고 공장일군들에게 이르시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은순이더러 일을 잘하면서 공장전문학교에 들어가 열심히 배워 유능한 기술자가 되라고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처녀선반공이 유능한 기술자가 되여 일을 더 잘해야 미제침략자들을 남조선에서 하루빨리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할수 있으며 조국이 통일되여야 그리운 어머니도 만날수 있습니다.》

은순이는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그는 가슴가득히 차오르는 끝없는 고마움을 담아 무릎을 꿇고 어버이수령님께 삼가 인사를 올리였다.어버이수령님께서는 미소를 지으시면서 은순이의 머리를 또다시 쓰다듬어주시였다.

얼마후였다.은순이는 자기를 둘러싼 공장사람들을 쳐다보며 놀라움이 가득찬 얼굴로 물었다.

《그게 정말이나요? 제가 만나뵈온분이 정말 김일성장군님이시란 말이예요?!》

《그래,은순아.널 안아주신분이 바로 김일성장군님이시란다!》

은순이는 정신없이 작업장을 뛰쳐나갔다.

밖에서는 눈보라가 일고있었다.눈길우엔 두줄기 차바퀴자리가 멀리 뻗어있었다.은순이는 차바퀴자리를 따라 어푸러질듯 달리며 목메여 불렀다.

김일성장군님! 아버지!-》

쿵,쿵… 포성이 여전히 울리고있었다.어버이수령님께서 타신 차는 눈보라를 헤치며 백원고개를 넘고있었다.

주체42(1953)년 2월 21일이였다.어버이수령님께서 포연을 헤치시며 군자리로동계급을 여섯번째로 찾으신 날이였다.

 

* *

 

며칠후였다.은순이는 뜻밖에도 새 신발을 받아안았다.발에 꼭 맞는 폭신하고 곱게 생긴 신발이였다.어버이수령님께서 보내주신것이였다.

은순이만 아니라 공장의 모든 사람들도 새 신발을 받아안았다.

은순이는 자기가 신은 군화앞코를 꼭꼭 누르시며 손뽐으로 발을 재보시던 어버이수령님의 모습이 떠올라 새 신발에 오래도록 볼을 비비였다.

(아버지장군님!…)

방울방울 뜨거운 눈물이 신등을 적시였다.

그즈음 그는 공장 기술과에서 사도공으로 일하고있었다.어버이수령님의 은정속에 몸에 맞는 직종으로 옮기였던것이다.

공장사람들모두가 새 신발을 신고 다니기 시작했다.그러나 은순이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아니,그 신발을 아직도 신고있느냐?》

그가 그냥 군화를 신고 다니는것을 본 공장일군이 성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새 신은 어떻게 했느냐?》

은순이는 품속에서 새 신발을 꺼내보였다.

《저… 사실은 군화를 벗기가 싫어서 또 새 신도 귀하고…》

공장일군은 얼굴을 돌리더니 한참이나 묵묵히 서있었다.이어 신발을 쥐고 은순이앞에 꿇어앉았다.

《네 마음을 알만 하다.하지만 어서 갈아신거라.아직도 새 신을 신지 않은걸 아시면 장군님께서 또 가슴아파하신다.》

은순이는 입술을 깨물며 가까스로 군화를 벗었다.…

그는 합숙에 돌아오자 군화를 천에 싸서 배낭속에 간수하였다.밤이면 배낭을 머리맡에 놓고 잤고 일할 때면 기대옆에 걸어놓았다.어디로 가든 군화가 든 배낭을 몸에서 떼놓지 않았다.

어느날 기술강습을 마치고 공장으로 돌아오던 그는 갑자기 적기와 맞다들리였다.은순이는 얼른 길가의 홈타기에 엎드렸다.그를 발견한 적기는 기수를 낮추며 달려들었다.은순이는 등에 진 배낭이 걱정되였다.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반대로 돌아누웠다.그가 군화가 든 배낭을 잔등으로 덮는 순간 기총탄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그러나 은순이는 적기를 쏘아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김은순은 그처럼 배낭속의 군화를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며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정히 간수하였다.1958년에 새로운 공장으로 일터를 옮기고 그후 대학에 공부하러 갈 때에도 군화가 든 배낭을 지고 갔다.가정을 이룬 후에도 그 배낭을 항상 벽에 걸어놓고 살았다.그는 자주 군화를 꺼내보면서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뵙던 날을 추억하였고 조국이 통일되여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나면 수령님의 손길이 깃든 신발을 꼭 보여주리라 생각하군 하였다.

아,이름없던 선반공을 품에 안아 육친의 정을 부어주시며 새 신발도 신겨주시고 대학에도 보내주신 어버이수령님,

남녘땅에 있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나고 온 겨레가 모여살 조국통일의 날을 앞당기기 위해 일을 잘하라고 뜨겁게 고무해주신 위대한 수령님!

어버이수령님 생각이 간절해질수록 군화가 더욱 소중해졌고 기계기름이 묻고 쇠밥이 달라붙은 신발을 만져보신 수령님께 손수건을 드릴 생각도 못한 자신이 민망스러워졌다.

1970년대 중엽 위대한 수령님의 불멸의 령도자욱이 어려있는 군자땅에 혁명박물관이 꾸려지게 되였다.박물관에서는 김은순을 찾았다.그가 1967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황해북도에 가서 생활하고있으며 전쟁시기의 신발을 고이 보관하고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던것이다.김은순의 집에 손님이 나타난것은 그무렵이였다.

 

* *

 

손님이 두번째로 집에 다녀간 이튿날 김은순은 군화가 든 배낭을 지고 문을 나섰다.그는 20여년동안 간수해온 신발을 혁명사적일군에게 넘겨주었다.

《이 신발이 한 집안의 가보로만이 아니라 위대한 수령님의 사랑의 한평생을 전하는 국보로 되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은순의 처녀선반공시절의 군화는 군자혁명박물관 15호실에 전시되였다.군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그앞에서 오래도록 걸음을 떼지 못하였다.어버이수령님의 손길이 깃든 신발을 마음속으로 신어보는 참관자들에게 강사는 말하였다.

《배낭속의 군화를 넘겨주면서 김은순녀성은 이렇게 당부하였습니다.

〈우리 수령님의 어버이사랑을 실물로써 온 나라 사람들에게 전해주십시오.그리고 날 대신하여 꼭 이야기해주십시오.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인민의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고 영원한것이 우리 수령님의 사랑의 력사이라고.나에게 그랬던것처럼 아마 이 신발은 온 나라 사람들에게 보답의 걸음새를 새겨줄겁니다.〉》

2000년 8월 김은순은 우리측 흩어진 가족,친척방문단의 한 성원으로 서울에 나갔다.동생들과 만난 그는 전화의 날 어버이수령님께서 남녘땅에 부모형제를 둔 자기를 따뜻이 품에 안아 친부모의 손길로 보살펴주시고 일군으로 키워주신 이야기며 수령님의 손길이 깃든 신발을 수십년간 소중히 간수했던 사실을 이야기하였다.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어버이수령님에 대한 다함없는 감사의 정을 금치 못하였다.

《위대한 김일성주석님께서 석수에 옷을 적시시며 기계기름에 쇠밥까지 묻은 신발을 친히 만져보셨는데 손도 닦아드리지 못했다니 누이는 정말 죄를 지었습니다.이제라도 김정일국방위원장님께 대신 죄를 비십시오.》

세월은 추억을 불렀고 추억은 옛 고장으로 김은순을 불렀다.2001년 그는 송림시에서 군자땅으로 이사하였다.자나깨나 그리던 고장에서 여생이나마 보내고싶었다.

백원고개를 넘을 때 한 처녀가 할머니는 왜 도시에서 산골로 가는가고 물었다.김은순은 눈굽을 훔치며 말하였다.

《내가 아버지품에 안겼던 고장이란다.》

단발머리시절에 떠났던 땅에 흰서리를 이고 돌아온 김은순은 군자혁명박물관을 찾아 낯익은 군화앞에 섰다.

그는 박물관 관장에게 말하였다.

《날 이곳에 관리원으로 받아주오.》

본사기자 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