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4(2015)년 8월 26일 로동신문

 

검푸른 바다에 서린 원한

 

세월이 흐르면 지나간 일들이 잊혀지게 되는 법이다.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수 없고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것이 일제가 우리 인민에게 끼친 과거죄악이다.일제에 대한 원한은 이 땅은 물론 저 멀리 검푸른 망망한 바다에도 사무쳐있다.

조선이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은 1945년 8월 24일이였다.40여년간에 걸친 악독한 일제의 식민지통치에서 벗어난 온 조선땅이 기쁨과 환희로 들끓고있었다.전체 조선민족이 격정에 넘쳐 웨치는 《조국해방 만세!》의 환호성이 삼천리강토를 진감하며 세계의 하늘가로 메아리쳐갔다.그에 화답하듯 일본 교또부의 마이즈루앞바다를 항행하는 일본해군수송선 《우끼시마마루》에서도 《조국해방 만세!》의 웨침이 높이 울려나왔다.그 함성은 일제의 패망과 함께 해방의 기쁨을 안고 조국으로 돌아가는 수천명의 조선사람들이 웨치는 기쁨의 만세소리,감격의 환호성이였다.배에 타고있던 조선사람모두가 저주로운 일본땅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마침내 사랑하는 부모처자가 기다리는 고향으로,조국으로 돌아가게 되였다는 기쁨과 흥분으로 하여 마음을 진정하지 못하고있었다.그들은 이제 얼마후면 조국땅을 밟고 정든 고향집에 들어서서 사랑하는 부모처자들과 만나게 된다는 생각으로 가슴설레이고있었다.그런데 갑자기 《꽝-》 하는 요란한 폭음과 함께 배가 동강이 나면서 집채같은 바다물이 밀려들어와 수천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그 광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폭발은 기관실이 있는 배밑에서 일어났다.…

선실안에 있던 동포들은 아우성을 치면서 갑판우로 올라가려고 무진 애를 썼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이때 갑판우에서는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당시 조선인으로서 일본해군의 헌병노릇을 하던 백모라는 사람이 갑판으로 뛰여나오더니 〈일본놈들이 화약을 터뜨려 배를 가라앉게 하였다.〉고 고함을 지르면서 물속으로 뛰여들었던것이다.…

이때에야 우리는 일본놈들에게 속히웠다는것을 알게 되였다.그러나 사람들의 아우성과 함께 배는 바다물속에 잠기고말았다.》

이것은 일본해군수송선 《우끼시마마루》에 탔던 피해생존자들의 회상담의 일부이다.

《우끼시마마루》폭침사건은 철두철미 일제의 조선인학살계획에 따라 조작된 고의적인 집단살륙범죄사건이다.

패망직후 일본은 한명의 조선사람이라도 더 많이 죽이는것으로써 패망의 앙갚음을 하려 하였다.이에 따라 패전국인 일본의 강도들은 세상에 있어보지 못한 《우끼시마마루》폭침사건과 같은 조선인수장사건을 조작하였던것이다.그리고 이 사건을 기뢰폭발에 의한 《불가피한 사고》로 외곡함으로써 그 진상을 영원한 비밀로 묻어버리려고 하였다.일본반동들은 배의 침몰로 죽은 사람들의 정확한 수자와 그리고 주소,성명을 확인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지어 그 수자를 엄청나게 줄여서 발표하였다.자기 조국으로 돌아가는 수천명의 조선사람들이 탄 배를 바다한복판에서 폭파시켜 집단수장한것은 극악한 살인마들만이 할수 있는짓이다.

조국해방의 기쁨으로 그렇게도 가슴들먹이던 조선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쓴 살인악마들에 의해 조국땅을 보지도 못하고 생죽음을 당하고말았다.

세월이 흐르고 세기가 바뀌였어도 그날의 참상은 전체 조선민족의 가슴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죽음의 순간까지 살인귀 일제를 피타게 절규하던 조선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지금도 쟁쟁히 들려온다.

력사는 일제와 같이 다른 나라 인민들을 수백만명이나 랍치,련행하여 노예처럼 마구 부려먹고도 성차지 않아 패전의 화풀이를 위해 단꺼번에 수천명이나 바다에 처넣어 죽인 치떨리는 인간백정들에 대해 알지 못하고있다.일제에 의해 감행된 모든 조선인대량학살만행은 그 무엇으로써도 부정,외곡할수 없다.

죄를 지었으면 씻어야 한다.범죄행위로 하여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하는것은 법률적으로 보나,도덕적으로 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본반동들은 피비린내나는 과거죄악을 공공연히 부인,정당화해나서고있다.이것은 전체 조선인민에 대한 참을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이며 이중의 범죄를 저지르는것으로 된다.

우리 인민은 지난날 조선민족에게 헤아릴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들씌운 일제의 극악무도한 죄행을 절대로 잊지 않을것이며 그 피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내고야말것이다.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