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5(2016)년 1월 15일 로동신문

 

실화

참된 로병에게는 복무만 있다

대동강구역 청류1동에 사는 리광호전쟁로병의
수기 《지나온 20년을 추억하다》를 펼치고

 

우리앞에 한 전쟁로병의 보풀인 수기집이 있다.조국해방전쟁시기의 전투실화는 아니다.리광호로인이 제대되여 년로보장을 받았던 1990년대부터 오늘까지 20년간의 생활을 추억하여 쓴 글이다.

리광호로인은 조국해방전쟁시기 입은 부상으로 하여 이미 영예군인대우를 받았어야 할 사람이다.그러나 그는 34년동안 군복을 입고 인민보안기관에서 복무하였으며 제대후에도 년로보장의 나이였지만 낳은지 석달밖에 안되는 부모잃은 세명의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준엄한 날에나 영광의 날에나 당과 생사운명을 함께 하며 고난의 행군,강행군의 엄혹한 시련도 꿋꿋이 이겨내고 당을 따라 선군혁명천만리를 억세게 걸어갈 신념의 기둥을 새 세대들의 심장속에 세워준 전쟁로병들의 고결한 정신세계는 모두가 따라배워야 할 혁명가적풍모의 귀감입니다.》

부양을 받아야 할 년로보장나이에 20년동안 부모잃은 갓난아이를 셋씩이나 안아키워 조국앞에 떳떳이 내세운 리광호로인의 소행을 알게 된 사람들은 누구나 우리의 참된 전쟁로병들만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 감탄하며 눈시울을 적시고있다.하여 우리는 여기에서 한 인정많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생의 말년까지 투철한 사상과 대쪽같은 신념으로 한생을 빛나게 수놓아온 전쟁로병의 총포성없는 평화시기의 또 한편의 전투실화를 전하게 된다.

 

《 내가 이애의 아버지요》

 

26년간 일해온 초소의 정든 정문을 나서는 리광호로인의 귀전에는 전우들의 목소리가 새삼스럽게 다시 들려왔다.

《제대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이제부터 무엇을 할것인가?

흔히 년로보장자들은 일손을 놓은 다음 누구나 이 물음앞에 자신의 여생을 세워보군 한다.그러나 리광호로인은 제대되기 전에 벌써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결심하였었다.그때를 돌이켜보며 로병은 자기의 수기에 이렇게 썼다.

《1995년 내가 제대되여 년로보장을 받았을 때는 우리 조국에 있어서 참으로 엄혹한 시련의 시기였다.…이 땅엔 부모잃은 아이들도 생기게 되였다.한평생 아이들을 왕처럼 떠받드시던 우리 수령님께서,고난의 행군길을 헤쳐가시는 우리 장군님께서 그 애들을 보시였다면 얼마나 가슴아파하셨을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여지는듯 하였다.…》

어느날 리광호로병은 안해 김학봉녀성과 마주앉았다.

《부모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는것이 어떻소?》

너무도 뜻밖의 말에 안해는 펄쩍 놀랐다.

《당신 나이 몇이고 내 나이 몇이예요? 딸도 앓고있는 우리 집형편에서 두 늙은이가 아이를 데려다 키우다니요?…》

남편의 결곡한 성미를 잘 아는 김학봉녀성은 이미 년로보장을 받은 다른 전쟁로병들이 하는것처럼 사회에 보탬을 주는 일감이야 얼마든지 찾을수 있지 않겠는가고 도리머리를 저었다.

리광호로인은 안해에게 말했다.

《우린 이 땅에 부모없는 애들이 없게 하자고 전쟁때 피를 흘리고 목숨까지 바쳤소.오늘도 미국놈들과의 전쟁은 계속되고있소.미국놈들에게 일가친척 다 잃은 당신도 당에서,나라에서 품어키우지 않았소.》

조국해방전쟁시기 일가친척 37명을 한날한시에 미국놈들에게 빼앗기고 사형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어머니당의 품에 안겨 당일군으로까지 성장한 어제날을 돌이켜보는 김학봉녀성의 눈굽은 젖어들었다.

몇달후 낳은지 석달밖에 안된 피덩이같은 갓난 처녀애를 품에 안고 안해가 집에 들어섰을 때 리광호로인은 《고맙소.》라는 한마디밖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그런 그를 바라보는 김학봉녀성의 눈가에도 눈물이 글썽해졌다.

《나야 만경대혁명학원 졸업생이 아니나요.》

두 로인은 이렇게 갓난애의 아버지,어머니가 되였다.

선뜻 애기를 품어안기는 하였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였다.피덩이같은 애기의 영양상태는 말이 아니였다.아들은 군사복무를 하고 딸은 불치의 병을 앓고있어 도움받을 손이 없는 두 늙은이에게 있어서 갓난애키우기는 결코 손녀애키우기처럼 헐한 일은 아니였다.더우기 그때는 온 나라가 고난의 행군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기였다.

우선 기저귀부터 만들었다.그다음은 찹쌀을 닦아 절구로 찧어 암가루를 만들었다.그렇게 지성껏 만든 암죽이였건만 애기는 받아먹지조차 못하였다.하루에도 7번이나 탄불을 피워 덥혀 한술두술 아기의 입에 암죽을 떠넣어주어야 했다.

그런데 그냥 받아먹기만 하더니 애기의 배가 점점 불어나는것이 아닌가.허둥지둥 로인이 안고 달려온 애기를 정성껏 치료해준 진료소의사는 이윽토록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이 애기를 정말 키우자고 하십니까? 잘못하다간…》

그날 밤따라 애기는 왜 그렇게도 보채면서 울었던지.

아파서인지,배고파서인지,졸음이 와서 우는지 전혀 가늠할수 없는것이 로인에게는 제일 안타까왔다.세 식구가 교대별로 날이 밝도록 달래였다.마침내 애기가 쌕쌕 잠들었을적에 강직된 두팔을 겨우 푸는 로인의 귀전에는 진료소의사가 하던 말이 다시 들려왔다.

(키울수 있어.암,키워내구 말구.나야 전쟁을 이겨낸 로병이 아닌가.)

며칠후 아침 리광호로병은 애기의 출생증을 받으러 집을 나섰다.

《출생증을 받으러 왔습니다.》

첫 자식의 출생증을 받으러 왔던 젊은 부부도,곁에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 머리흰 로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인민보안원은 엊그제까지만도 자기들의 선배였던 이 전쟁로병이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사연을 알고있었다.출생증을 정히 펼쳐든 그의 눈가엔 뜨거운것이 그득히 고여올랐다.

출생증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란만 있을뿐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이름란은 없다.차마 펜을 들지 못하는 그에게 로인은 말했다.

《등록해주시우.이름 리승리,아버지 리광호,어머니 김학봉》

인민보안원은 출생증을 정중히 내여주었다.리광호로인은 그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조용히 돌아섰다.옛 선배이며 로병에게 뜨거운 거수경례를 드리는 인민보안원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동무들,저분은 부모잃은 애기를 자식으로 삼은 전쟁로병동지요.》

그때로부터 6개월후 리광호로인은 두번째로 딸애의 출생증을 냈다.역시 낳은지 석달밖에 안되는 부모잃은 갓난애였다.그는 그 애의 이름을 미래라고 지었다.

 

로병의 행복

 

《나의 일생에 가장 잊을수 없는 행복한 날이다.승리와 미래가 탁아소와 유치원을 거쳐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게 되였다.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 눈물이 글썽해지던 일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은 승리와 미래의 개학날을 앞두고 잠 못 들던 그때의 심정을 담은 리광호로인의 수기의 한 대목이다.애지중지 키운 두 애가 학생이 되던 날을 그는 일생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였다고 지금도 눈시울적시며 추억하고있다.왜 그날에 로인이 그렇게도 눈물겹도록 기뻤는지 아마도 자식들의 첫 개학날을 앞두고 한밤을 꼬박 새운 아버지,어머니들도 리해하기 힘들것이다.

아이들의 책뚜껑도 정성껏 해주고 나라에서 무상으로 안겨준 학용품을 책가방에 차곡차곡 넣어주고나서 로인은 두 처녀애의 교복치마주름을 곱게 펴기 시작하였다.그리고는 치마주름이 흐트러질세라 자기의 이불밑에 정히 깔고 밤이 이슥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자꾸만 잇달아 밀려드는 생각에 그는 다시 일어나앉았다.쌔근쌔근 꿈에서도 웃는 어린것들을 이윽토록 들여다보는 그의 눈가에 저도모르게 뜨거운것이 핑 고여올랐다.

(이애들을 처음 안았을적엔 내 팔굽만 했었지.)

로인의 손끝에서 아이들의 얼굴엔 우유살이 퐁퐁 지고 다리도 통통해졌다.태여나 첫걸음마를 뗀 어린것들이 한발자국 또 한발자국 내짚으며 《엄마!》 하고 어푸러질듯 품에 안길 때 로인은 얼마나 큰 행복에 겨워 울고웃었던가.

어머니에게 있어서도 키우기 제일 힘든 진아이를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떠안고 할아버지로 대접받을 나이에 철부지들의 아버지,어머니가 된 리광호로인의 손은 마를새가 없었고 허리펼 날,걱정이 없는 날이 없었다.

《…잘 놀던 미래가 갑자기 고열이 나서 쓰러졌다.정신없이 안고 달리는데 발은 왜 그리도 안나가고 병원은 왜 점점 더 멀어만 보이는지.

아이는 팔을 축 늘어뜨리고 숨을 할딱거렸다.내가 대신 앓아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유치원에서 맞은 첫 6.1국제아동절이다.다른 부모들은 손이 모자라게 맛있는것을 들고 애들을 찾아가는데 내 손에 든것은 밥곽뿐이다.오늘같은 날 그 어린것들에게 듬뿍이 안겨주지 못하는 마음 정말 죄스럽고 가슴아프다.그 애들의 부모들이 살아있었다면!…》

팔이 닳도록,손끝이 닳도록 애들을 키우던 나날들을 눈물겹게 되새겨보던 로인은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건만 서둘러 쌀함박을 손에 잡았다.두번씩이나 학교를 찾아가 애들이 공부하는 교실창문을 들여다보던 그 행복한 개학날부터 그 애들이 중학교를 졸업하는 날까지 리광호로인은 매일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애들의 아침밥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치마주름까지 꼼꼼히 보아주는 할아버지의 바래움을 받으며 아이들은 늘 제일먼저 교실에 들어섰고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더 밝고 정중히 모시기 위한 사업을 하는것으로부터 새날을 시작하였다.하루와 같이 애들은 결석도 조퇴도 지각도 몰랐다.그 애들의 뒤에서는 전쟁로병할아버지의 웅심깊은 사랑이 아버지의 눈빛,어머니의 손길이 되여 지켜주고 떠밀어주고있었다.

학부형총회때마다 리광호로인은 자그마한 학습장을 옆구리에 끼고 맨 먼저 학교로 찾아가군 하였다.담임교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나서는 학부형들이 다 흩어진 다음에도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아 아이들의 성적과 조직생활,품성에 대한 평가들을 학습장에 꼼꼼히 적어넣군 하였다.애들의 담임교원이 앞으로는 학습 및 생활자료를 다 적어서 로병동지에게 보내드리겠으니 힘들게 학교까지 걸음을 걷지 마시라고 이야기했을 때였다.

《나도 선생님에게 두 애를 맡긴 학부형입니다.》

인민반에서도 존경을 받는 로병의 손끝에서 아이들은 소년단원이 되고 모범학생들로 자라났다.

애들이 중학교졸업을 한해 앞둔 어느 여름날이였다.학교에서 돌아온 애들을 맞이한 로인의 얼굴은 여느때없이 밝았다.

《래일부터는 이걸 신고다녀라.》

할아버지가 내여미는것은 뜻밖에도 처녀애들이 좋아하는 맵시있는 양말이였다.

《다른 처녀애들은 다 신었는데 너희들만 신지 못한게 가슴에 맺혀있었다.》

삼복철이면 동네늙은이들이 시원히 사먹는 아이스크림 한알 먹은적도 없고 담배피우는 모습도 한번 본적 없는 할아버지였다.언제인가는 고운 머리빈침을 부러워하는 자기들을 위해 얼굴형이며 살색,머리형태까지 따져가면서 반나절품을 들여 빈침을 사주고 너무 좋아 어쩔줄 몰라하던 할아버지였다.두 처녀애는 눈물이 글썽해서 할아버지의 품에 안겼다.

《할아버지!》

두벌자식이 더 곱다는 할아버지의 애정만으로야 어찌 리광호로인이 아이들에게 쏟아부은 헌신과 사랑의 세계를 다 이야기할수 있으랴.그것은 아버지의 헌신과 기쁨,어머니의 희생과 행복을 다 합친것에 비할수 없는 전쟁로병의 희열이고 삶의 진미였다.

리광호로인은 10여년세월 생활일지에 매일매일 소비한 쌀량과 남은 량을 꼭꼭 적어넣군 하였다.식량공급소에서 쌀을 타온 날이면 늘 그러했듯이 그는 날자를 세여가며 식량을 나누어놓군 했다.그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곁에서 턱을 고이고 말끄러미 쳐다보던 애들이 물었다.

《할아버지,왜 쌀을 나누나요?》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우리에게 준 쌀인데 아껴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는 매일 고뿌로 되여먹던 그 쌀에서마저 또 한숟가락씩 덜어졌다.그렇게 모아진 쌀을 한달분 가정식량예비로 마련해놓은 로병은 배급으로 타는 식량을 조금씩 덜어 다달이 차곡차곡 자루에 모아담았다.우리 수령님께서 조밥을 잡수시던 이야기,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한홉의 미시가루》이야기를 들려주며 로병은 자식들에게 당부하군 하였다.

《나라가 어려울 때 종이 한장이라도 아껴쓰고 수도꼭지 한번이라도 더 막고 쌀 한줌이라도 절약하는것이 애국이다.》

아침에 밥을 지으면 그는 세끼씩 계산해서 온 집안식구들의 밥을 모두 그릇에 퍼놓군 하였는데 어떤 날에는 철부지애들이 점심에 저녁밥까지 다 먹어버리군 하였다.그러면 저녁에 밥상우에 놓이는것은 할아버지의 밥 한그릇뿐이였는데 그것마저도 그는 고스란히 애들에게로 떠밀어놓군 하였다.그런 날이 과연 로병에게 하루뿐이였던가.

당시 인민반장이였던 김영옥동무는 부모없는 아이들이라고 더 큰 은혜를 베풀어주는 나라에 우리 아이들몫으로 꼭 보탬을 주는것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어려운 살림속에서도 한줌두줌 식량을 절약하던 전쟁로병의 그 고결한 정신세계앞에 온 인민반사람들이 머리를 숙이였다고 눈물에 겨워 이야기하였다.

식량 200㎏,

그것은 리광호로인이 국가에서 전쟁로병에게 공급해준 자신의 식량에서 날마다 덜어낸것이였다.로병이 량심의 저울로 달아 절약하여 나라에 바친 그 식량은 아이들의 순결무구한 마음에 2t,20t에도 비길수 없는 정신적량식이 되여 흘러들었다.

어느날 학교에 갔다온 아이들은 방안에 누워있는 강보에 싼 갓난애를 보았다.

《할아버지,이앤 누구나요?》

《너희들의 남동생이다.우리 이애와 함께 살자.이름은 영광이라 짓자.》

그때 할아버지의 얼굴에 흐르던 밝은 미소를 두 처녀애는 영원히 잊지 못하고있다.

 

승리,미래,영광!

 

나이는 어쩔수 없다는 말이 있다.사람의 육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과연 무슨 힘이 리광호로인이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그렇듯 무거운 짐을 스스로 걸머지고 여든나이에 이르도록 그토록 억세고 완강하게 삶을 끝없이 창조할수 있게 했던가.

두 처녀애가 2살이 되던 해 리광호로인은 중병에 걸려 끝내 자리에 누웠다.늙은 몸에 과중한 정신육체적부담이 그를 쓰러뜨린것이였다.가물가물 흐려지는 의식속에서 그는 자기 이마를 짚어주는 따스한 손길을 느꼈다.가까스로 눈을 떠보니 두 어린것이 자기 머리맡에 있었다.

《할아버지!-》

가냘픈 그 목소리들이 로인의 귀전에 긴 메아리로 울려왔다.자그마한 손들이 주름깊은 얼굴 여기저기를 쓰다듬었다.로인의 눈귀에서는 저도모르게 눈물방울이 구울러내렸다.

(내 죽는것은 아쉬울것 없다.하지만 저 애들을 두벌고아로 만들수는 없다.저 애들을 끝까지 키우자고 나는 맹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그 순간에 리광호로인의 눈앞에는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살아서 끝까지 싸워야 한다》의 구절들이 떠올랐다.살아서 싸우는 어려운 길을 버리고 죽음이라는 쉬운 길을 택하려고 했던 자신을 타매하면서 끝까지 사령부를 찾아온 투사의 목소리가 그로 하여금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었다.

(그렇다.나에게 있어서 삶은 곧 투쟁이다!)

로인은 불사신처럼 일어섰다.아이들이 발치에 동동 매달렸다.로인은 자기가 몇날이나 굶었는지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어린것들부터 걱정했다.

《너희들… 밥먹었냐?》

힘겨웠던 그때를 돌이켜보며 리광호로인은 수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육체적량식은 없어도 정신적량식만은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어려울 때일수록,간고할수록 학습은 더 하라,더 하자.》

사람에게 있어서 식량보다 더 귀중한것이 바로 정신적량식임을,육체에는 한계가 있어도 위대한 혁명사상으로 뼈속까지 무장한 백절불굴의 정신력에는 죽음도 병도 있을수 없음을 전쟁로병 리광호로인은 자신의 생활로 실증하였다.

놀라울 정도로 로인은 지금껏 하루도 번지지 않고 위대한 수령님들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로작,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와 당보를 비롯한 당출판물들을 읽고 또 읽고 발취하고 또 발취했다.아이들에게 제 밥까지 덜어주고 끼니를 건늰 날에도 그 밥상에 책을 펼쳐놓고 한자한자 심장에 새기며 읽어나갔다.

리광호로인의 안해도 딸도 불치의 병을 앓는 환자였다.김학봉녀성이 다시는 일어날수 없는 몸이 되여 아예 자리에 누운 다음 로인은 안해와 딸 두 중환자와 철부지어린것들을 혼자서 돌봐야 했다.애들을 더 키우느냐,학원에 보내느냐 하는 첨예한 갈림길앞에 그는 백번천번도 더 서보았다.그때마다 그는 위대한 수령님의 회고록에서 신념은 혁명가의 생명이다는 대목을 읽었고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에서 나오는 《불사조》투사들앞에 자신을 세워보군 했다.

딸마저 세상을 떠나고 일흔이 넘은 늙은 몸에 세 아이를 품어안은 그를 걱정하여 동네사람들이 이제는 애들을 학원에 보내자고 간청할 때에 리광호로인이 내린 결심은 무엇이였던가.

그날부터 그는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100돐이 되는 날까지 《김일성전집》 전부를 발취할것을 결심했다.아이들의 밥을 해주고 빨래를 하고 숙제검열도 하고 가정일을 다 한 다음에 리광호로인은 책을 펼쳐들었다.매일같이 책을 빌리러 찾아오는 전쟁로병을 위해서 도서관에서는 새 책이 나오면 제일먼저 그에게 안겨주었다.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는 신문매대로 곧장 오군 하던 리광호로인에게로 《로동신문》이 찾아왔다.

아이들의 숙제검열을 한 다음 그는 위대한 수령님들의 로작들과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군 했다.할아버지의 책장에 아니 로병의 심장속에 가득찬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이들은 자랐다.

중학교졸업을 앞둔 승리가 생일을 맞이한 날이였다.정은희담임교원과 학교당세포비서,학급동무들이 한집안식솔처럼 모여앉았다.한가슴에 넘치는 고마움의 정과 눈물을 가득 담아 승리와 미래는 리광호로인에게 술을 부었다.

《우리는 할아버지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할아버지가 빨아주고 기워준 옷을 입으며,한번도 비를 맞아본적 없이 오늘까지 자랐습니다.단벌솜옷으로 살아온 할아버지는 우리를 키우면서 술도 담배도 생일도 배고픔마저도 다 잊으셨습니다.할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다닌 곳이 있다면 그것은 신문매대와 구역도서관뿐입니다.끼니는 번지여도 늘 책상앞에 앉아 공부하던 할아버지의 모습,다문 한푼이라도 나라에 보탬을 주기 위해 애쓰시던 그 마음은 우리의 정신이 되고 넋이 되였습니다.우리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습니다.고마운 우리 로병아버지를!》

이야기는 끝났지만 고요한 흐느낌소리와 함께 터져오른 박수소리는 오래도록 멎을줄 몰랐다.

색날은 책장과 책상뿐인 자그마한 방에 로병이 한생토록 마련한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수십년동안 밑줄을 그어가며 발취한 위대한 수령님들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로작발취집과 《로동신문》기사발취집뿐이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돈이나 물건은 없다가도 생기지만 정신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고,정신은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다.리광호전쟁로병은 이 위대한 혁명의 진리,생활의 진리를 자기 인생의 승리로 증명하였다.사상으로,정신력으로 그는 인생말년까지 그 어떤 모진 정신육체적고통도 괴로움도 완강히 이겨내고 인생의 승리자가 되였다.

리광호로인에게는 부모잃은 아이들을 데려오던 20년전에 위대한 장군님을 우러러 삼가 썼던 편지가 있다.그러나 그는 그 편지를 어버이장군님께 올리지 못했다.아이들을 사회앞에 떳떳이 키워 내세운 다음 장군님께 기쁘게 올리리라 마음다졌던것이다.

마음이 나약해지고 주저앉고싶을 때마다 그는 그날의 편지를 읽어보고 거기에 편지를 본 날자들을 정히 적어넣군 하였다.

《굶어죽어도 사회주의만은 베고 죽겠습니다.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이 로병은 장군님만 따르고 장군님만 위해 살겠습니다.》

20년세월 번짐없이 어버이장군님께 올리는 편지에 적은 날자들,그것은 불타는 전호가에서 돌격전을 앞두고 최고사령관 김일성장군님께 드리는 맹세문에 남기던 그날의 수표였고 생의 말년까지 당과 조국을 위하여 충직하게 복무한 로병의 신념과 량심의 전투기록이였다.

2013년 봄,어느덧 공민이 된 승리와 미래가 사회생활의 첫발자욱을 떼는 날이 왔다.

수년세월 리광호로인의 친혈육이 되여 아픔도 괴로움도 함께 나눈 청류1동 초급녀맹위원장 고향분동무는 이 기쁜 날 두 처녀가 입을 옷까지 마련해주었다.10년세월 아이들의 생활을 성의껏 돌봐준 평양제1백화점 판매원들과 오랜 세월 로병을 성심성의로 도와준 대동강구역의 인민보안원들과 청류종합진료소의 의료일군들,청류공업품상점 판매원들과 청류1동 녀맹원들,인민반원들과 세포당원들의 마음도 그 시각 어머니당과 조국을 위하여 보답의 첫걸음을 내디디는 두 처녀를 뜨겁게 바래워주고있었다.아름답고 화목하고 정깊은 사회주의대가정의 그 모든 마음과 애정을 다 안고 리광호로인은 승리와 미래를 바래주었다.

승리와 미래는 지팽이를 짚고 선 할아버지앞에 허리를 굽혔다.두 처녀의 눈굽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렀다.피를 주고 살을 주고 넋을 준 할아버지,곧바르고 굳센 인생길의 스승이 되여준 전쟁로병에게 두 처녀는 허리굽혀 절을 했다.

《할아버지!-》

리광호전쟁로병은 행복의 미소를 짓고 서있었다.그는 마음속으로 위대한 수령님들께 충정의 보고를 올렸다.

(수령님,장군님!승리와 미래 그리고 영광이를 조국앞에 세웁니다.)

승리,미래,영광!

이 세 자식의 이름에 리광호전쟁로병을 오늘까지 굴함없이 삶의 창조자로 살아오게 한 인생의 목적이 있었다.

우리 당과 국가는 전쟁로병들이 사회적존경속에서 크나큰 혜택을 누리며 살도록 해주었다.그러나 년로보장을 받은 생의 말년에도 참된 로병에게는 부양이란 있을수 없다는 신념을 안고 후대들에게 생명의 피줄기뿐만이 아니라 건전하고 고결한 사상과 정신,도덕과 륜리를 유산으로 물려주며 나라에 짐이 아니라 보탬이 되기 위해 끝없이 복무의 길을 걷고있는 이런 전쟁로병은 오직 우리 나라에만 있다.

인정만으로는 결코 할수 없는 일이였다.그러나 죽어도 혁명신념 버리지 말자는 투철한 사상과 정신으로 무장한 전쟁로병의 불변의 신념,불굴의 의지는 년로보장자를 피덩이같은 세 아이의 아버지로,스승으로 만들었으며 그를 온 나라가 경탄하며 존경하는 위대한 시대의 주인공,삶의 창조자,인생의 승리자가 되게 하였다.

우리 당이 조국을 지킨 은인으로,나라의 귀중한 보배로 내세우며 떠받들어 존경하는 이런 전승세대,전쟁로병들이 바로 우리 사회주의의 순결한 혈통을 오늘까지 억세게 이어주고있다.

글 본사기자 조향선
사진 본사기자 한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