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6(2017)년 2월 22일 로동신문
주체시대를 빛내이시며 인민들이 지키는 질서는 우리도 지켜야 한다고 하시며 림길선
평양시의 어느 한 번화한 길가에 제가 일하는 연유공급소가 자리잡고있습니다. 키낮은 4대의 휘발유공급기와 자그마한 건물 한채, 나지막한 꽃벽돌울타리에 둘러싸인 우리 연유공급소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일하는 혁명초소를 더없이 사랑하며 여기에서 보람찬 삶의 기쁨을 활짝 꽃피워나가고있습니다. 제가 일터를 그토록 사랑하게 되는것은 맡은 사업이 중요하다거나 사회생활의 첫꿈을 키워온 정든 곳이라는데서만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에도 후세에 길이 전해야 할 주체61(1972)년 10월 17일이였습니다. 저는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일을 보고있었습니다.이날따라 웬일인지 연유를 공급받으러 온 차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구내가 복잡하였습니다.그래서 저는 머리쉼을 하고 조용할 때 일을 보려고 밖에 나섰습니다.구내에는 싱그러운 들국화가 한창이였습니다. 제가 구내에로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앞문쪽에서 자동차경적소리가 나더니 까만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서는것이였습니다. 《아니, 저 차가…》 저는 그 자리에 무춤 멈춰섰습니다.휘발유를 넣으러 오는 차들은 반드시 뒤문으로 들어와서 앞문으로 나가는것이 모든 연유공급소들에 세워진 하나의 질서인데 그 차만이 류별나게 앞문으로 들어서기때문이였습니다.저는 자동차운전사에게 말해서 차를 뒤문으로 뽑게 하려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때 경비원아바이의 석쉼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게 운전사동무, 왜 앞으로 들어오나.차를 돌려서 뒤문으로 가라구.》 차에서 내린 운전사는 송구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바쁜 길이 되여 그러는데 사정을 좀 봐달라고 공손히 말하는것이였습니다. 이때였습니다.승용차문이 반쯤 열린 사이로 우렁우렁한 음성이 울려나왔는데 이곳 질서가 그렇게 되여있으면 차를 어서 돌리라고 운전사에게 이르시는 말씀이였습니다.그 음성이 웅글면서도 얼마나 부드럽게 안겨오는지 저는 마음이 차안으로 끌리는것을 어찌할수 없었습니다. 잠시후 승용차의 뒤문이 열리더니 차에 앉으셨던분이 환하게 웃으며 내리시였습니다.그리고는 저희들에게로 몇걸음 다가오시며 활달한 음성으로 운전사를 대신하여 사과하시는것이였습니다. 《우리가 이 연유공급소에 처음 오다보니 질서를 잘 몰라 앞문으로 들어왔습니다. …차를 돌려 뒤문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그 말씀에 운전사는 송구스러워 몸둘바를 몰라하였습니다. 그분께서 차에 오르시자 운전사는 저희들에게 미안하다는 눈인사를 보내며 차머리를 돌리였습니다. 승용차가 뒤문쪽으로 간 다음에도 저는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진듯 서있었습니다.웬일인지 저의 마음은 그지없이 설레였습니다. 류달리 영채도는 눈길, 환한 미소를 담으신 자애로운 모습, 겸허하고 소탈한 품성, 분명 그분을 어디선가 뵈온것만 같았습니다. 경비원아바이도 저와 같은 심정인지 되돌아서는 승용차를 생각깊은 눈길로 이윽토록 지켜보다가 경비실로 걸음을 옮기는것이였습니다. 저는 그분의 인자하고 겸허하신 인품에 이끌리여 자기도 모르게 그 승용차가 있는 뒤문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뒤문에는 여느때와 같이 휘발유를 공급받으러 온 차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있었습니다.저는 눈더듬으로 그 승용차를 인차 알아보았습니다. 순간 저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방금전에 그처럼 급한 사정이 있다던 그 차가 맨 뒤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승용차곁에 가까이 간 저는 조심스럽게 차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그분께서는 뒤자리에서 사색깊은 눈길로 문건을 보고계시였습니다. 얼마나 사업에 열중하시는지 그분께서는 제가 온것도 모르시였습니다.저는 운전사에게 입속말로 뒤자리에 앉은분이 누구신가고 물었습니다. 운전사는 히죽히죽 웃기만 할뿐 대답이 없었습니다.제가 승용차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분이 뉘신가를 거듭 묻자 운전사는 할수 없다는듯 웃음을 머금으며 그이가 《어마나, 너무도 뜻밖의 일에 저는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잠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였습니다.승용차를 지켜보는 저의 눈굽엔 뜨거운것이 고여올랐습니다.차체에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고 뒤바퀴는 어느 진창길에 깊숙이 빠져 모대긴듯 흙투성이였습니다. 한눈에도 승용차가 멀고 험한 현지지도의 길을 달려왔다는것을 대뜸 알수 있었습니다. 이 나라 방방곡곡 갈래갈래로 뻗어나간 그 현지지도의 길우에 얼마나 그 현지지도의 길우에서 사람들을 경탄시키는 기적과 혁신이 일어났으며 우리 인민의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삶의 행복이 활짝 꽃펴났습니다. 그렇듯 저는 이러고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저는 줄지어선 앞차들에 다니면서 급한 사정이 있는 승용차가 뒤에서 기다리고있으니 자리를 잠간만 옆으로 비켜달라고 하였습니다.그리고는 운전사는 인차 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승용차에 발동을 걸었습니다.저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발동을 걸고 경적을 울리며 앞으로 나가려던 승용차가 웬일인지 발동을 끄고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저는 영문을 알수 없어 한참동안 차를 지켜보기만 하였습니다.혹시 차가 고장난것이 아닌가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것도 아니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안타까와 막 울고싶었습니다.후에 저는 운전사의 말을 듣고서야 승용차를 멈춘 까닭을 알수 있었습니다. 휘발유를 먼저 공급받으라는 저의 신호를 받은 운전사는 발동을 걸고 경적을 울리며 앞으로 나가려고 서둘렀습니다. 《우리라고 례외로 될수 없습니다. 우리 차례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시고는 인민들이 지키는 사회질서를 우리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한없이 겸허하신 그리하여 길가에 서있는 저를 보신 저는 어쩔바를 몰라하다가 애써 몸가짐을 바로하고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옷자락만 만지작거렸습니다.그러는 저를 자애에 넘친 눈길로 바라보시던 (아니, 밖에서 기다리시다니?!…) 저는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습니다.운전사도 영문을 몰라 의아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러보았습니다. 《차들이 휘발유를 넣으러 연유공급소구내에 들어갈 때 운전수만 들어가게 되여있으면 우리도 그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어서 운전수만 차를 몰고 들어가서 휘발유를 넣어가지고 나와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만 뜨거운 격정에 또다시 목이 메였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웨치였습니다.저는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오신 저는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하기만 하였습니다.그이를 사무실에 모시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럴만한 방이 없어서 모실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심중을 헤아리신듯 그이께서 얼마나 소탈하게 대해주시는지 저는 긴장했던 마음이 풀려 통계원으로 일하고있는데 대해서와 매일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연유를 공급받고있는데 대해서 스스럼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이윽고 자동연유공급기앞에 이르신 그러는 사이에 운전사가 승용차를 몰고 뒤따라와서 연유공급기앞에 세웠습니다.그런데 운전사가 승용차의 휘발유탕크뚜껑을 열자고보니 그것이 어데서 떨어졌는지 없었습니다.운전사는 잠시 생각을 더듬더니 짚이는데가 있는듯 좀전에 차를 세웠던 뒤문쪽으로 달려가는것이였습니다. 저는 공급기운전공에게 신호를 하려고 했습니다.그런데 공급기운전공은 잠간 자리를 뜨고 운전칸은 비여있었습니다. 저는 얼른 공급기의 운전칸에 들어가서 스위치를 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휘발유주입기를 잡으려던 저는 그만 뜻밖의 일에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그러자 괜찮소. 동무는 수자판을 보다가 공급량이 초과되지 않게 나에게 알리시오. 그러시고는 주입기를 탕크구멍에 대시는것이였습니다.친히 평범한 운전사가 되시여 주입기를 잡으신 그이의 겸허한 모습을 우러르는 저는 숭엄해지는 마음을 걷잡을수가 없었습니다. 얼마쯤 지나서 운전사가 달려왔습니다.그는 송구스러워 어쩔바를 몰라하다가 주입기를 자기가 잡겠노라고 그이께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잠시후 그이께서는 손에 묻은 기름을 걸레로 씻으시며 운전사더러 휘발유표를 저에게 주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저는 운전사가 내놓는 휘발유표를 받지 않겠다고 그의 손을 떠밀었습니다. 그러자 저는 하는수없이 그것을 손에 받아쥐였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한것이 어쩐지 외람되게만 생각되여 가슴이 자꾸만 울렁거렸습니다. 운전사가 승용차에 올라 발동을 걸자 그이께서는 다른 차들이 들어와서 휘발유를 공급받을수 있게 차를 옆으로 비켜세우라고 이르시였습니다. 휘발유공급기를 다시 주의깊게 살펴보신 저를 자애깊은 눈길로 바라보시던 그러시면서 연유공급소일군들은 나라살림살이의 주인이라는 높은 자각을 가지고 설비들을 잘 정비하여 한방울의 휘발유라도 랑비하지 말아야 하며 운전사들이 휘발유를 아껴쓰도록 선전사업도 하고 통제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저는 그이를 뵙기가 면구스러웠습니다.사실 저희들은 수십수백t의 휘발유를 다루느라면 얼마간 땅에 흘릴수도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작업과정에 흘리는 몇g쯤은 휘발유로 생각지 않았습니다. 운전사는 순간 저는 서운한 생각이 가슴속에 젖어들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저는 승용차가 앞문을 벗어나 큰길가에 나설 때까지 뒤따르다가 그 자리에 멈춰섰습니다.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멀어져가는 승용차를 지켜보는 저의 눈굽엔 자기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이 가랑가랑 고여올랐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뇌이였습니다. (아, 진정 그이는 주체71(1982)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