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7(2018)년 10월 4일 로동신문

 

론평

스스로 제 앞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력사적인 북남수뇌상봉과 《9월평양공동선언》은 지금 우리 온 겨레는 물론 국제사회의 커다란 격동과 관심, 기대를 불러일으키고있다.

특히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반영된 조선반도비핵화와 관련한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조치들에 대해 세계는 한결같이 지지환영하면서 이제는 미국이 그에 상응한 긍정적인 조치들을 취할 차례이라고 주장하고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미국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식밖의 소리들이 울려나와 사람들의 실망을 자아내고있다.

구태의연한 《대조선제재유지》주장이 그 대표적인 실례이다.

9월 유엔총회와 유엔안전보장리사회에서 미국은 《비핵화가 완성될 때까지 대조선제재는 유지될것이다.》, 《조선반도안전은 대북제재결의의 완전한 준수에 달려있다.》고 그루를 박았는가 하면 미국무장관 폼페오 역시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상회의에서 《제재를 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되돌아갈수 있다.》, 《유엔성원국들은 대조선제재결의를 존중해야 한다.》, 《제재결의를 위반하는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하면서 참가국들을 긴장시켰다.

미국무성 대변인과 유엔주재 미국대사 헤일리도 《북이 대화에 나온것은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북핵위협이 없다고 확신할수 있을 때까지 제재를 결코 완화하지 않을것이다.》고 력설해대고있다.

참으로 그 경직성과 무례함에 경악을 금할수 없다.

물론 미국이 제재유지를 떠드는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조미관계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온 싱가포르조미수뇌회담이후에도 미국의 보수적인 정객들과 전문가들, 언론들 지어 미국무성을 비롯한 행정부내에서조차 《제재, 압박》타령이 그치지 않아왔다.

문제는 력사적인 《9월평양공동선언》환영일색으로 온 세계가 끓고있는 마당에 와서까지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제재유지》발언이 공공연히 울려나오고있는것이다.

제재문제로 말하면 우리는 이미 그것이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로골적인 도전이고 부정이며 전쟁이나 다름없는 적대행위로 간주될것이라는것을 명백히 하였다.

사실 이번 《9월평양공동선언》에 반영된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조치는 조선반도비핵화실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서 미행정부로서는 그에 사의를 표시하는것이 마땅한 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협상상대의 선의적인 조치와 화해의 손길에 《제재유지강화》라는 가시몽둥이를 내대고있으니 이 얼마나 인사불성이고 무례무도한 처사인가.

말이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여야 한다.

지금은 조미관계개선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단계이며 신뢰구축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가장 극단적인 적대관계에 놓여있던 조미사이에 협력관계가 이루어진다는것은 사실상 기적같은 일로서 그자체가 쌍방이 지난 시기의 관행과 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신뢰구축에 전력을 다할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상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아무런 화답도 없이 오히려 《지속적인 제재유지》라는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자극만 한다면 그것을 놓고 어떻게 대화의지, 관계개선의지가 있다고 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다.

미국은 비핵화과정에 대한 리해부터 바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조선반도의 핵문제를 유발시킨 장본인이다.우리가 핵보유라는 아름찬 길을 선택한것도 장기간에 걸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때문이였다.

조선반도핵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면 그 발생근원부터 제거하여야 하며 그것이 없는 해결이란 빈말공부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핵문제와 관련한 제재라면 우리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받아야 마땅하다.

신뢰구축을 통한 조미관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조선반도비핵화를 위한 그어떤 진전도 있을수 없다는것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객관적인 리해이며 이것이 비핵화과정의 순리이고 필연적인 절차이다.

비유하여 말한다면 비핵화는 신뢰구축을 영양분으로 하여 자라는 조미관계개선이라는 나무에 달리는 열매라고 할수 있다.

신뢰구축과 관계개선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비핵화조치를 요구하는것은 농사도 짓지 않고 열매를 거두겠다는것이나 다름없다.

《제재》가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요인의 하나라는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안중에 없이 《제재유지》같은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자극하며 신뢰조성을 해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것은 불보듯 명백하다.

1994년 10월에 채택된 조미기본합의문이 어떻게 되여 핵문제의 해결로 이어지지 못하게 되였는가 하는것을 상기해보면 그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

미고위정객들의 말처럼 제재를 하지 않으면 모든것이 되돌아가는것이 아니라 제재타령으로 신뢰조성과 관계개선에 그늘을 던지는 미국의 온당치 못한 태도가 모든것을 원점으로 회귀시킬수 있다는것이 세인의 일치한 평가이다.

본말을 전도하지 말아야 한다.

원래 타당치 못한 구실을 내대며 대조선제재를 고안해냈고 그 타당치 못한 구실마저 없어진 지금에 와서도 제재를 지속시키려는 미국의 강도적이며 변덕스러운 처사는 저들마저도 어느것이 사실이고 어느것이 허위인지 가려보지 못할 지경이다.

싱가포르조미수뇌회담과 공동성명에서 관계개선을 약속하고도 제재를 계속 가하려는 그자체가 얼마나 앞뒤가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모순적인 행태인가.

이것이 신뢰를 곧잘 외우는 미국의 진짜 자화상이다.

결국 미국은 조선반도비핵화가 목표라고 하면서 그에 조급성을 드러내고있지만 저들스스로가 비핵화실현에 장애를 조성하는 그야말로 자가당착에 빠져있다.

우리가 제재에 못 견디여 대화에 나왔다고 하는 미고위정객들의 사고는 더욱 아연함을 금할수 없게 하고있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어제, 오늘이 아니라 장장 70여년이나 지속되여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하여 미국이 우리에게서 그 어떤 양보라도 받아낸것이 있는가.

우리 공화국은 위대한 주체사상을 지도리념으로 하고있는 자주적인 나라이며 우리 인민은 이 세상에서 자주성이 가장 강한 존엄있는 인민이다.

미국의 끈질긴 제재압박책동은 오히려 우리 인민의 자주신념과 자강력만을 백배하여주었을뿐이다.

이 엄연한 력사적사실을 보지 못하고 아직도 제재만능의 허황한 꿈에서 깨여나지 못하고있는데 바로 미국의 비극이 있다.

꿈이란 어디까지나 꿈이지 현실은 아니며 허황한 꿈은 꾸지 않는것보다 못하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지난날에도 그러하였지만 우리는 결코 미국에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구걸하지 않을것이다.

제재문제로 말하면 조미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다.

미국이 제재로 얻을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것은 다름아닌 그들자신이다.

이것이 바로 제재문제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립장이다.

미국이 리성적인 판단과 사고력을 가졌다면 《제재유지》에 집착할것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인가를 똑바로 알고 비핵화실현의 근본전제인 신뢰조성에 성실한 태도로 림하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강권과 전횡이 우리에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것을 똑똑히 명심하여야 한다.

조선반도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그 실현을 위하여 계속 인내성있는 노력을 기울여나갈것이다.

기회는 아무때나 오는것이 아니다.

미국은 스스로 제 앞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변화된 현실에 부응하는 옳바른 선택을 하여야 한다.

조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