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8월 3일 로동신문
유구한 력사와 절승경개로 자랑높은 내 조국 조종의 산 백두산을 찾아서 (2)
《백두산은 참으로 웅장합니다.백두산은 혁명의 성산이며 영웅의 산입니다.》 백두산마루에서 천지호반으로 내려가는 탐승길은 5리가 실히 되였다. 탐승길시작점에 서니 천지호반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데 벌써 천지를 돌아보고 올라오는 답사생들도 있었다.40분가까이 가파로운 돌계단을 따라 올라온 이들이였지만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란 조금도 없었다. 올라오는 답사생들의 기백이 그러할진대 천지호반으로 내려가는 우리의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제일가는 용기를 지닌듯, 발걸음에 날개가 돋친듯… 탐승길을 따라 얼마쯤 내려가니 백두산천지호반의 독특한 경치를 이루는 만병초군락이 눈앞에 펼쳐졌다.엄혹한 눈속에서도 제일먼저 아름답게 피여나는 백두산의 꽃 만병초를 직접 마주하고보니 감회가 깊어졌다. 돌이켜보면 백두산의 만병초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신분은 백두산에는 8월에도 깊은 골짜기마다 흰눈과 얼음이 남아있어 겨울을 방불케 하지만 만병초가 꽃이 피여 백두산의 경치를 더 아름답게 하여준다고 하시던 그때문이 아니랴.로동자처녀시인이였던 주옥양이 시 《어디서나 백두산에 오르리》에서 한송이 웃는 눈속의 만병초에도 … 내 만일 한점의 티라도 낀다면 어디서나 다시 백두산에 오르리 내 만일 꽃으로 폈다 시들면 여기 올라 다시 필 자리 찾으리 … 바로 그래서이리라. 이 땅에 생을 둔 사람이라면, 백두산혈통을 이어받은 이 나라의 아들딸이라면 누구나 살아도 만병초처럼 억세게 살고 생을 마쳐도 태양을 우러러 영원히 필 자리를 백두의 만병초곁에서 찾고싶어하는것은. 드디여 우리는 천지기슭에 도착하였다. 백두산마루에 올라 하늘의 호수를 부감하며 환성을 올린 우리였건만 정작 산중의 바다와도 같은 천지의 우아한 풍치를 마주하고보니 그만 숨이 꺽 막히는것만 같았다.기슭에서는 분명 물결이 쉼없이 출렁이는데 천지의 한복판에서는 백두의 산발을 비껴싣고 눈부신 해발을 끝없이 발산하고있으니 보아도 보아도 또 보고싶은 초록색물면은 하나의 거대한 거울이랄가, 정교한 구슬바다라고 할가. 저마다 두손으로 백두산천지의 물을 한웅큼 퍼서 쭉 들이켰다. 백두산천지의 물까지 마셨으니 우리의 몸에서는 성산의 기운이 빠지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절로 상쾌해졌다. 우리는 오랜 기간 백두산천지종합탐험대에서 일해온 한 연구사를 만났다. 그는 지구상에는 화구호를 비롯한 자연호도 많지만 우리의 백두산천지처럼 높은 산꼭대기에 있으면서도 크고 깊고 아름다운 자연호는 보기 드물다고 이야기했다. 백두산천지는 우리 나라 자연호들가운데서 물깊이와 물량에 있어서 첫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그는 떼지어 노는 천지산천어가 백두산8경으로 유명한데 오늘은 천지산천어떼만이 아니라 빙어떼가 이곳에 자기 주소를 정하여 천지의 풍치를 더해주고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 천지의 한복판에서 비루봉의 만물상을 비롯한 백두련봉들을 바라보는 기회는 쉽게 차례지지 않는데 오늘 어디 한번 백두산이 아끼는 진짜경치를 보자고 하면서 우리를 고무단정에로 이끌었다. 구명조끼까지 입고 고무단정에 몸을 싣고보니 마치 탐험대원이 된 심정이였다.누구에게나 쉽게 차례지지 않는 복이였다. 단정을 타고 초록색물면에 은구슬을 뿌리며 호수한복판을 기운차게 달리느라니 아니나다를가 하늘과 땅, 호수의 3대미가 조화된 희한한 경치가 한눈에 안겨왔다. 뭉게뭉게 피여오른 구름은 하늘이 아니라 호수에 떠있다고 하는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것이다.그 구름을 타고 훨훨 날으는듯 단정을 달리며 기기묘묘한 바위와 절벽들로 신비경을 펼친 비루봉의 만물상을 관망하는 감정과 흥분을 무슨 말로 다 표현하랴. 조선의 자랑, 세계의 명승으로 손꼽히지 않을수 없는 백두산천지였다. 단정을 타고 달릴 때까지만 하여도 세찬 격랑을 예고하며 움씰움씰하던 천지물이 갑자기 잔잔해지는것이 참으로 신비스러웠다. 백두산천지종합탐험대 대원들은 세계적인 명승으로서의 천지의 진짜모습을 보려면 역시 겨울에 와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은빛세계를 펼친 천지호반의 경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흰눈덮인 천지호반에 눈보라와 강풍이 세차게 몰아칠 때면 두텁게 얼어붙은 천지우에 쌓였던 눈이 휘말려오르기도 하고 커다란 눈산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순간에 옮겨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눈보라가 멎고 해빛이 비쳐들면 백두련봉의 절벽턱들마다에는 독특한 모양새의 얼음들이 줄줄이 매달려 갖가지 아름다운 음향을 터뜨린다.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천태만상의 얼음조각으로 변하는 모양도 장관이지만 해빛이 비쳐들 때 갖가지 아름답고 신기한 색조들이 피여나고 흩어지는 황홀경은 오직 백두산천지에서만 볼수 있는 매력적인 경관이라고 한다. 정녕 백두산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경치를 다 합쳐도 비기지 못할 천하제일명산이였다. 백두산에서 우리는 참으로 잊을수 없는 순간순간을 보내였다. 만약 누가 백두산의 아름다움을 글로 쓴다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고 물으면 우리는 주저없이 대답할것이다.부피두터운 몇권의 책으로도 모자랄것이라고. 자그마한 조약돌 하나도, 바위틈에 피여난 한송이의 꽃도 무심히 스쳐지날수 없는 이곳에서 그 모든 아름다움을 다 느끼고 일일이 전하려면 하루가 아니라 백날도 모자랄것이니 누군들 달리 말할수 있겠는가. 아쉬움에 아쉬움을 덧쌓으며 우리는 기행길을 이어갔다. 다음목적지는 백두산밀영고향집이 자리잡고있는 소백수골이였다. 선오산밀영쪽으로 향한 길로 한참 걸었더니 유정한 숲의 바다가 기다리고있었다. 멀리에서 보아서는 어디가 어딘지 모를것 같더니 정작 수림을 가까이하니 전설속의 신비경이런듯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유별한 지세가 확연히 드러났다. 맑고 시원한 공기가 페부로 일시에 흘러들었다.울창한 원시림에서만 맛볼수 있는 쾌감이였다. 공기가 참으로 맑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문득 며칠전에 본 백두산기후자료가 떠올랐다. 백두산은 아름다운 풍치와 고산지대의 독특한 기후조건으로 하여 사람들의 건강과 활동에 유리한 측면이 적지 않다.백두산일대는 기압과 기온이 낮으며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공기중의 습기가 적어진다. 백두산일대에는 태양복사량이 많고 특히 자외선량이 매우 풍부하다.… 이런 자료를 더듬으며 우리는 《사기문폭포》라는 표식비가 세워진 곳에 이르렀다. 사기문폭포, 예서 백두산의 폭포절경이 시작되는것인가. 호기심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산지대의 폭포를 처음 보는지라 우리의 발걸음은 저도모르게 폭포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기나긴 세월 높고 험한 곳에 자리잡고 인적도 닿지 못하여 이름없이 쏟아져내리던 폭포였다.백두산야에 조용히 묻혀 오랜 세월 잠자던 이 폭포를 사상, 기술, 문화의 3대혁명의 깊은 뜻을 담아 《사기문폭포》라고 이름지어주시여 세상에 빛을 뿌리게 하여주신분은 사기문폭포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번 꺾어내리는 3단폭포였다.천지에 시원을 둔 샘물이 골짜기를 따라 흐르다가 바위벽밑으로 떨어진것이여서 폭포수가 손이 얼어들 정도로 차거웠다.사기문폭포는 멀리서 보면 세 장수가 빼여든 장검같아보였다. 그로부터 얼마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백두폭포는 바람에 흩날리는 백전로장의 두툼한 수염발을 방불케 하였다. 백두폭포밑에는 얼핏 보기에도 직경이 수m는 잘되여보이는 물웅뎅이가 있었다.10여m나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두텁게 얼어붙은 얼음덩이에 구멍을 내고는 그밑으로 도도히 흘러가는것이 가히 장관이였다.그런가 하면 층암절벽과 주변릉선을 아름답게 장식하며 앞을 다투어 피여난 만병초를 비롯한 갖가지 꽃들은 폭포의 풍치를 한껏 돋구어주고있었다. 보기에도 시원한감을 주는 계곡을 따라 온종일이라도 거닐고싶었다.사계절의 경치가 한눈에 펼쳐진 이런 곳이라면 하루가 아니라 온 한해라도 밀림속의 폭포특유의 향취에 흠뻑 취하고싶었다. 이곳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백두산일대의 공기속에는 건강에 좋은 음이온이 많은데 특히 폭포주변에 더 많다고 한다.그러면서 백두폭포주변에서는 이렇게 사계절의 경치를 한눈에 볼수도 있지만 매 계절에는 또 나름대로 자기의 특징이 있다는것이였다. 즉 봄철에는 보기 드문 고산지대의 꽃들이 높이 20m나 되는 층암절벽과 주변릉선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여름철에는 짙은 록음과 함께 새들의 울음소리가 폭포경치와 잘 어울려 신비경을 펼쳐놓는다고 한다. 단풍이 지는 가을철에는 은빛고드름이 줄줄이 달려 고산지대의 신비한 경치를 나타내며 겨울철에는 겨울대로 속이 빈 얼음폭포로 변하여 그 기둥속으로 물이 장쾌하게 쏟아져내리는 특이한 경치를 이룬다는것이였다. 어찌 시와 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을수 있으랴. 문득 한곳에서 다 볼수 있는 백두산의 사계절을 노래한 옛 시구절이 떠올랐다.
삼춘에 진달래보려 약산동대 가는 사람 장하에 더위가 싫어 명사십리 찾는 사람 구추에 단풍보려 금강산을 톺는 사람 엄동에 설경보려 삼방계곡 가는 사람 사람들이여 이렇게 쪼각경치 찾노라 수고말고 여기 백두산에 한번 올라 춘하추동 사계절을 한번에 안아보는것이 어떠하리오
백두폭포에서 얼마쯤 가느라니 폭포가 또 있었다.두개의 폭포가 나란히 놓여있다고 하여 형제폭포라고 불리우는 폭포였다. 형제폭포를 지나니 우리의 눈앞에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졌다. 도로량옆으로 산간지대에서만 볼수 있는 희귀한 사스레나무군락이 펼쳐진것이다. 가지를 제가끔 뻗으며 무성한 군락을 이룬 사스레나무림은 나무마다, 구간마다 형형색색, 기기묘묘하여 자기의 독특한 경치를 나타내고있었다.사스레나무잎사귀들이 살랑살랑 설레이며 마치도 우리 일행을 반겨 정답게 손을 저어주는것만 같았다.정말이지 숲의 조화란 미처 가늠할수가 없었다. 매력적인 숲의 경치가 안겨준 여운이 채 가셔지기도 전에 우리의 눈앞에 《천군바위》라고 새겨진 표식비가 나졌다. 우리는 천군바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로 향했다. 천개가 넘는 바위들이 수십m나 되는 가파로운 벼랑을 따라 늘어서있었다.곰산밀영과 선오산밀영사이의 10여리구간의 가파로운 협곡에 백두산에서 뻗은 압록강상류를 끼고 솟아있는 그 바위들은 하나와 같이 날카롭고 경사가 급하며 깎아지른듯 뾰쪽한것이 특징이였다. 그 담대한 기개는 천명의 군사를 방불케 하였다.정예사단의 열병대오가 서슬푸른 총창을 비껴들고 백두산을 우러러 정렬해 서있는것만 같았다. 일행중 누군가가 어느 한 바위를 가리키며 《참매가 큰 날개를 쭉 펼치고 당장 하늘로 날아오르려는것 같구만.》라고 웨치는데 다른쪽에서는 《저기 바위우에 사람이 우뚝 서있어요.》라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듣고보니 비유들이 신통하였다. 천년만년 변함이 없이 오직 백두산을 옹위하여 지심깊이 뿌리를 박고 모진 풍파를 이겨내며 굳세게 솟아있는 백두산의 천군바위, 사연깊은 천군바위를 바라보며 우리는 저 바위들처럼 백두산을 옹위하는 길에서 영원히 한마음 변치 말자고 굳게 약속하였다. 거대한 도끼로 내리찍은듯 한 절벽을 감돌기도 하고 약동하는 백두의 정기를 받아 우적우적 키돋움을 하는 울창한 수림속을 지나기도 하면서 백두산의 청신하고 상쾌한 정취에 몸도 마음도 한껏 정화되는 우리의 눈앞에 불멸의 글발이 안겨왔다. 《백두산은 나의 고향입니다. 드디여 백두산밀영고향집을 지척에 둔 소백수마을입구에 들어선것이다. 우리는 구면인 백두산밀영지구 혁명전적지관리소 학술연구원 김성호동무의 집에서 하루밤 묵게 되였다.수십년을 이곳에서 일해온 그는 우리가 찾아온 사연을 알고는 무릎을 철썩 치는것이였다. 《아무렴, 백두산밀영고향집이 자리잡은 소백수골경치를 떠나 백두산의 아름다움을 다 보았다고 말할수 없지요.》 그는 안주인이 먹음직스럽게 구운 주먹만 한 감자에 소금과 김치그릇까지 챙겨 우리앞에 척 꺼내놓더니 시간가는줄 모르고 유명한 소백수골8경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소백수골의 지형상특징과 동식물들, 천지에 시원을 두고 사시장철 흐르는 소백수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수록 흥미진진하였다. 천하제일 정일봉과 기묘삼암을 이루는 해돋이바위와 룡마바위, 장검바위를 비롯하여 천험의 요새다운 지세를 이루는 산악미, 사시장철 쉼없이 흐르는 소백수의 계곡미, 이곳 특유의 풍치를 돋구는 수림미 등 소백수골의 경치에 대하여 그는 상세히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수십년전 백두산밀영고향집을 찾으시였던 그의 이야기는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 자기의 첫 주인을 소백수골에 처음으로 모시였던 항일전의 그날에로 우리를 이끌어갔다. 우리 혁명력사의 갈피에 뜻깊게 새겨진 만단사연을 길이길이 전하며 력사의 봉우리로 거연히 솟아 빛나는 정일봉과 백두산밀영고향집, 소백수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우리는 밤을 보내였다. 다음날 아침일찍 우리는 백두산밀영고향집을 향해 떠났다. 소백수물줄기를 따라 걷노라니 야광나무꽃, 물버들꽃, 민들레꽃 등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게 피여나 향기를 풍기고있었다. 천연원시림의 짙은 록음, 소백수의 유정한 물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만발하게 피여난 꽃들을 보느라니 문득 소백수골8경의 하나로 자랑높은 소백수골에 피여난 서리꽃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백두광명성을 안아올린 력사의 그날 만민의 축복인양 눈부신 신비경을 펼쳤던 서리꽃, 그 서리꽃을 대신하여 지금은 소백수가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게 피여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것이였다. 혹시 저 듬직한 나무밑은 이런 생각이 자꾸 갈마들어 소백수골의 나무 한그루도, 꽃 한송이도 무심히 볼수 없었다. 글 본사기자 김성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