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5월 11일 로동신문

 

영광의 자욱을 따라

《길이 없으면 우리가 이 간석지에 첫길을 냅시다》

온천군 운하협동농장을 찾아서

 

지금 우리는 운하협동농장의 간석지벌입구에 서있다.

지평선멀리까지 펼쳐진 드넓은 벌, 자를 대고 그은듯 곧게도 뻗어나간 논두렁들, 싱그러운 바다바람에 실리여오는 구수한 흙냄새…

눈뿌리 아득한 간석지벌의 전경을 바라보느라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오르는 격정을 금할수 없다.

과연 여기가 그 옛날 갈대와 잡초들만이 키를 넘게 자라던 그 불모의 땅이 옳은가.

지난날 쓸모없이 묵어가는 땅을 두고 속을 썩이던 농민들의 가슴속 아픈 상처마냥 여기저기 갈게들이 뚫어놓은 구멍만이 무수하던 그 황무지가 과연 이렇게 천지개벽하였단 말인가.

정녕 바라볼수록 오랜 세월 버림받던 간석지를 옥토로 전변시켜 나라의 귀중한 재부로 물려주신 어버이수령님의 하늘같은 그 은덕이 어려와 눈굽은 저도 모르게 후더워진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참으로 김일성동지는 력사에 있어본적이 없는 혁명의 위대한 수령, 인민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며 만민이 우러르는 절세의 위인이시다.》

지금으로부터 60년전 그날 어버이수령님께서 어찌하여 서해기슭의 한적한 간석지의 오솔길에 불멸의 자욱을 새기시였던가.

주체49(1960)년 6월 3일,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시기 위하여 늘 마음쓰시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간석지개간정형을 료해하시기 위하여 온천군의 운하벌을 찾으시였다.

간석지로 들어가는 길어구에서 차를 멈추게 하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무연한 간석지땅을 바라보시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길은 좁고 울퉁불퉁한데다가 얼마전에 내린 비로 몹시 미끄러웠다.

하지만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그 험한 길을 개의치 않으시고 앞장서 걸으시였다.

이때 새로 푼 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한 로인이 어버이수령님을 알아보고 허둥지둥 달려나와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로인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시며 무슨 일을 하는가고 물으시였다.그러자 로인은 물고를 보고있다고 말씀올리였다.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로인이 이 고장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를 알아보시고 이런 논에서도 벼가 잘될것 같은가고 다시 물으시였다.

로인은 그야 여부가 있겠는가고, 옛날에는 이 소금땅에 논을 풀 엄두도 못 냈지만 이제는 어버이수령님의 덕분으로 대동강물이 넘어오기때문에 벼가 되여도 썩 잘될것이라고 신이 나서 말씀올리였다.

바다는 끼고있어도 농사지을 물이 없고 벌은 넓고넓어도 짠물에 절대로 절은 땅이여서 흰쌀밥 한술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이곳 사람들이였다.

로인의 말을 수긍하시며 어버이수령님께서는 걸음을 옮기시여 간석지가 시작되는 뚝에 올라서시였다.

마침 썰물때여서 이제껏 바다물에 잠겼던 거치른 땅이 자기의 자태를 드러내보이며 끝없이 펼쳐졌다.

그윽한 시선으로 간석지를 바라보시던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동행한 일군들에게 이걸 보니 욕심이 생긴다고, 간석지만 개간하면 전체 인민에게 흰쌀밥을 먹이고도 남겠다고 하시더니 좀더 나가보자고 이르시였다.

순간 어찌할바를 몰라하며 일군들은 당황해하였다.

(저 진펄로 나가시다니…)

아직 그 누구의 발자취도 어린적 없는, 수수천년 바다물밑에서 고이 잠자던 간석지에 뜻깊은 력사의 첫 자욱을 찍으시는 어버이수령님,

그이의 모습을 우러르며 일군들은 눈굽을 적시였다.

바다기슭의 험한 땅을 뚜져 피농사를 지어 피밥이나 근근히 먹으면 다행으로 여기던 이곳 사람들에게 머지않아 흰쌀밥을 먹이시려 우리 수령님께서 택하신 길이였다.

끝없는 감동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다잡으며 우리 한걸음한걸음 간석지땅을 밟아본다.

지금은 평탄한 도로, 허나 그날에는 길 아닌 길이였고 밟으면 감탕이 튀여오르는 험한 진창길이였다.그런 곳으로 우리 수령님께서 첫길을 내며 걸으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치밀어오르는것을 금할수가 없다.

그날 일군들은 밀물처럼 차오르는 격정을 가까스로 누르며 어버이수령님의 앞을 막아나섰다.하건만 그이께서는 이렇게 교시하시였다.

《괜찮소.더 나가봅시다.인민을 위한 길인데 무엇을 가리겠습니까.길이 없으면 우리가 이 간석지에 첫길을 냅시다.》

그러시고는 감탕판으로 성큼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어버이수령님…》

일군들의 가슴은 뜨거운것으로 꽉 메였다.

이 땅에 길이 생겨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과연 그 언제 이렇듯 만사람의 가슴을 치는 인민사랑의 위대한 자욱에 대한 이야기가 새겨진적 있었던가.

한걸음, 한걸음…

정녕 그것은 인민의 행복을 앞당겨오시는 절세위인의 거룩한 자욱이였다.

이윽고 진펄 한가운데 들어서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사방을 다시 둘러보시며 이 벌을 개간하면 참 좋겠다고, 전망이 아주 풍부하다고 하시며 못내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그러시면서 앞으로 넓은 바다를 쭉 가로막아 간석지를 개간하고 바다가의 언덕에는 문화주택을 보기 좋게 건설해야 한다고, 간석지를 대대적으로 개간하여 이곳에 기계로 농사짓는 농장들을 잘 꾸려주자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그후에도 농장을 30여차례나 거듭 찾으시고 로력과 기계화수단들을 아낌없이 돌려주신 어버이수령님,

그 옛날 갈새의 울음소리만 처량하게 울리며 버림받던 땅을 종달새의 정다운 노래소리 넘치는 기름진 땅으로 전변시켜주신 어버이수령님의 은정을 우리 어찌 한두마디의 말로 다 표현할수 있으랴.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우신 우리 인민에게 오직 행복만을 안겨주시려는 불같은 열망을 안으시고 우리 수령님께서 굳이 헤치신 운하벌의 작은 오솔길, 력사의 그 길과 더불어 온 나라의 간석지벌들이 황금이삭 물결치는 옥토가 되여 인민에게 복리를 주는 재부로 전변될수 있은것 아니랴.

오늘도 어버이수령님의 은덕을 언제나 잊지 않고 사연깊은 대지에 보답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가는 운하리사람들이다.

기어이 풍요한 가을을 안아올 드높은 열의로 끓어번지는 운하리를 돌아보는 우리의 눈앞에는 벅찬 전변의 력사와 더불어 경애하는 원수님의 현명한 령도아래 더욱 번영할 운하리의 밝은 미래가 어려오는듯 하였다.

간석지벌에 세세년년 황금이삭 설레이는 풍요한 가을만을 펼칠 운하리사람들의 마음을 담아서인가 무연한 벌에는 찬란한 해빛이 끝없이 뿌려지였다.

고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