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5월 15일 《우리 민족끼리》
만필 《패전령혼들의 좌담회 2회분》
우르릉 꽝~꽈광.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친다. 여기는 염라대왕이 있는 지옥의 심판장. 얼마전 저승사자로 부산에 갔다가 포항, 대전, 문경고개 등을 거쳐 서울, 인천을 돌아 귀환길에 오른 파발이 들어선다. 《염라대왕님. 분부대로 각지에 어지를 전달하고 현대판 네로와 야누스들의 광기도 다 알아가지고 대령했나이다. 최근 <유엔군사령부>것들이 조선전쟁도발 70년을 계기로 전쟁에 참가하였던 각국 고용병들로부터 그 무슨 <무용담>과 사진, 그림 등 관련자료들을 수집하는 놀음을 벌려놓았다고 하나이다. 그리고는 심심히 <추모>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명예롭게 찬양>하며 <잊혀진 전쟁을 기억되는 전쟁>으로 만들겠다는 요란한 광고놀음까지 여기저기에서 벌려놓고있다 하옵니다. 참, 그리고 남쪽지역에서는 지난해에 7월 27일을 <유엔군참전의 날>로,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법>화하고 오는 6월 25일을 계기로 미국과 함께 각종 <행사>들을 벌린다 하옵니다.》 《뭐라구? 세상에 그런 억지스러운 놈들이 또 어디 있다더냐. 어허 안되겠다. 패전령혼들을 당장 내앞에 대령시켜라.》 이렇게 되여 지옥의 심판장에서 두번째 좌담회가 계획전에 진행되게 되였다. 이글거리는 불가마, 기름가마주위에 처참한 몰골을 한 패전령혼들이 들어선다. 줄레줄레 모여든 패전령혼들앞에서 파발이 염라대왕에게 하였던 보고를 자상히 내리엮는다. 이윽고 염라대왕: 파발의 보고를 다 들었으니 네놈들 생각을 고해라. 그래 왜 이런 놀음이 벌어진다고 보느냐? 패전령혼들 일제히: 예잇. 그것은 죄악의 력사를 오도하려는… 말하자면 과거의 망신과 수치를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짓이라고 보나이다. 그래도 《장성》이랍시고 워커가 썩어문드러져가는 턱주가리를 올려붙이며 무리를 비집고나섰다. 패전령혼 워커: 대왕님. 제가 전에도 말씀드린바이오만 합동참모본부 의장 브랫들리가 《솔직히 말하면 조선전쟁은 커다란 군사적재난이며 잘못 고른 장소에서 잘못 고른 시간에 잘못 만난 적과 싸운 잘못한 전쟁이였다.》고 한탄했다는 말이 생각나오이까?. 그러나 저는 그런 후회의 말도 남기지 못하고 조선전장에서, 그것도 전방도 아닌 후방에서 지뢰전에 걸려 불귀의 객이 되고말았소이다. 굳이 바란다면 1211고지가 왜 《상심령》, 《함정골》로 불리우게 되였는지 알아보소이다. 여기 이 녀석들이 그 처절한 사연에 대해 자상히 알고있으니까요.예. 《대왕님, 그건 사실이오이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때의 광경이 어려와 가슴이 저려 잠들수 없나이다.》라고 하면서 패전령혼 필터가 무주고혼이 되던 그날을 회상하며 눈을 감고는 가슴에 두손을 모두어 얹는다. 막대한 병력과 전투기술기재를 동원하여 하루에도 3만~4만여발의 폭탄과 포탄을 퍼부으며 감행한 수십차례의 《파도식공격》, 하지만 …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동료들의 비명소리, 인민군의 기묘한 전투조법들앞에서 파고철로 나딩구는 땅크와 비행기의 아츠러운 굉음에 귀가 멍멍하다 못해 정신까지 혼미해져 하늘땅을 분간못하던 그 나날들. 《무훈》을 세우고 살아돌아오면 묵돈이 차례진다는 상전의 말에 속아 죽음의 함정에 빠진것을 후회하며 고지아래로 내리뛰다가 제편의 폭탄에 휘뿌려져 만신창이 되여 골짜기에 묻힌 그였다. 《저는 바로 이렇게 지옥의 령혼이 되였소이다. 정말이지 우리를 허세와 객기, 요란한 보수광고로 속여 지옥에 처박아버린 미국의 정치가, 독점재벌들과 <유엔군사령부>놈들에게 저주를 보내옵니다. 대왕님, 제발 우리들의 소원을 풀어주소이다. 우린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그런 엉터리놀음에 말려돌아가는것을 정녕 원치 않소이다.》 패전령혼 리벤쥐: 옳네. 대왕님, 그뿐이 아니오이다. 수천발의 포탄을 퍼붓고 고지로 돌격하려니 아니 글쎄 화선악기의 경쾌한 선률과 힘찬 노래소리가 들려오면서 불벼락이 쏟아져내리고 돌격하던 아군은 뺑소니를 치다가 모두 황천객이 되였소이다. 그야말로 《강대성》의 신화가 송두리채 무너지는 순간이였죠. 그때부터 우리 아군병사들속에서는 쳐다만 보아도 마음이 상한다고 1211고지를 《상심령》이라고 불렀고 우리 부대가 전멸당한 앞골짜기를 한번 들어가면 살아나오지 못한다고 하여 《함정골》이라 불렀소이다. 그때 우리들의 신세란 참… 대왕님. 후대들은 반드시 진실만을 알아야 하옵니다. 패전령혼 고스트: 대왕님, 제말 좀 들어보소이다. 저는 그래도 그 전투를 마지막까지 다 보았소이다. 살상포로된 아군은 2만 9 000여명, 격추된 비행기 40여대, 땅크 60여대를 비롯한 수많은 병력과 전투기술기재를 잃었소이다. 그런 실례는 전쟁전기간 부지기수오이다. 그런데도 북을 얕잡고 홀라닥거리면서 《승전》을 읊조렸지요. 지금도 때없이 《유엔군의 승리》, 《무용담》, 《기억되는 전쟁》따위의 몽상에 젖은 궤변을 늘어놓고있는것처럼 말입니다. 예. 제가 전쟁마감에 이꼴이 되지 않았던들 저것들의 면전에서 낱낱이 까밝힐텐데. 아니 그런데 리바이벌. 자넨 뭘 그리 생각하나? 패전령혼 리바이벌: 응, 나말인가? 난 말일세. 한시바삐 지상에 돌아가 저런 거짓말쟁이들을 모조리 싸잡아 여기 데려올 생각뿐이네. 저것들도 여기와서 불가마, 기름가마맛을 봐야 제정신으로 돌아올가보이. 그렇게 못할바엔 아예 그 꼴을 보지 않게 지옥의 맨 막바지로 내려가겠네. 그게 더 마음이 편하지. 암 그렇구말구. 패전령혼 워커: 보십시오, 대왕님. 청소한 공화국에 다국적무력을 들이밀어 침략전쟁을 벌려놓았지만 우리 미국은 이렇게 완전히 패했소이다. 그런데도 처참하기 짝이 없는 패전을 《미군의 승리》, 《유엔군의 승리》로 미화분식해보려고 《유엔군참전의 날》,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따위를 정하다 못해 전쟁골동품수집놀음을 벌려댄다니 땅속에서 수십여년이나 썩어문드러진 우리 해골들도 망신스럽고 앙천대소하지 않을수 없소이다. 염라대왕: 음, 고현놈들. 국제전범재판장 교수대에 매달아야 할 전범자의 족속들이 세월이 흘렀다고 이제 와서 침략전쟁을 《기념》하며 범죄자들을 《추억》하겠다니 정말 변괴고 무엄하도다. 그래서 이승에서 날더러 저런 산송장들을 빨랑 잡아가지 않고 뭘하며 자빠져있는가고 쌍욕을 해대고있는것이렸다. 여봐라, 살생부를 가져다 그놈들의 이름을 제일 앞렬에 등록하고 모조리 잡아와야겠다. 너희들은 내가 지명한 악인들을 한놈도 빠짐없이 모조리 여기 지옥의 심판장으로 끌어올지어다. 패전령혼들: 예잇, 그대로 집행하겠소이다. … 참으로 죄악의 대가가 얼마나 뼈저리고 처절한것인지를 절감한 패전령혼들이 온갖 모략과 기만으로 세인을 우롱모독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 또다시 무분별한 침략전쟁에로 부추기며 후세들에게 전쟁광기를 고취하는 《유엔군사령부》것들의 어리석음과 무분별한 객기를 신랄히 야유조소한 좌담회라 하겠다. 죄는 지은데로 가기 마련이라고 머지 않아 지옥의 심판장에 끌려와 애걸복걸하다가 종당에는 염라국의 제일 밑바닥 깊은곳에 처박힐 전쟁광신자, 대결미치광이들의 몰골은 다음 시간에 보게 될것이다. 지 춘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