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7월 6일 로동신문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오 백 룡
1933년 초봄 어느날이였다. 아직 날씨는 춥고 두만강에는 얼음이 두터웠다.
우리는 농막집마당에서 휴식하기 위하여 주인을 찾았다. 그러나 방금전까지만 하여도 집안에서 분명 인기척이 있었는데 아무리 불러도 주인은 전혀 응대하지 않았다. 추운 날씨였으나 어느 누구도 문을 열고 농막안에 들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휴대품을 토방에 내려놓고 마당에서 휴식하기로 하였다.살을 에일듯이 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행군하던 몸으로 밖에서 휴식한다는것은 어려운 일이였다.더우기 부상당한 동무를 생각하니 불현듯 더운 집안에 눕히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다.그러나 우리는
항일유격대는 인민을 위한 참된 군대가 되여야 한다
고 하신
후에 안 일이지만 이때까지 우리 유격대를 대해본 일이 없는 이 농막집주인은 우리가 마당으로 들어서는것을 보자 일제군경놈들인줄 알고 겁이 나서 집안에 숨어있었다. 그런데 문틈으로 밖을 엿본 그들부부의 눈에는 의외의 광경이 띄였다.살을 에이는 추운 날씨건만 대원들이 모두 마당의 눈을 치고 산에 가 나무를 해다가 불을 피우고 마당 한쪽에 쌓아놓은 짚단도 깔지 않고 앉아 쉬고있는 광경을 본 그들부부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그보다 더 그들을 감동시킨것은 마당에 눕힌 부상당한 대원을 생각하여 자기 외투를 벗어서 덮어주며 정성스레 간호를 하고있는 군대들의 지극한 우정이였다.《아무리 보아도 왜놈의 군대같지는 않군!…》, 《글쎄 무슨 군대들일가.… 저런 군대는 난 처음 보오! 확실히 일본군대는 아니요.》, 《어떻게 할가?…》라고 말하면서 부부는 잠시 망설이고있었다.마침 이때 잠에서 깨여난 어린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그바람에 주인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이윽고 우리가 어떤 군대란것을 알게 된 그는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어쩔바를 몰라 당황해하면서 지금까지 품고있던 자기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리고 안해에게 더운물을 끓이게 하고는 우리더러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옷소매를 당겼다.그뿐만아니라 그는 얼마 안되는 식량가운데서 강냉이 몇말과 추녀끝에 매달았던 배추시래기까지 아낌없이 내놓는것이였다.우리는 그 성의만은 고맙다고 치하하면서 굳이 사양하였다.
그이께서는 이 로인의 생활과 고생에 대하여 한집안식구처럼 걱정하시면서 조중인민이 할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사는것이 《타고난 팔자》탓이 아니라 일제와 동북군벌, 토착봉건지주들의 2중3중의 비인간적인 착취와 략탈때문이라는것을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우리가 잘살수 있는 길은 오직 일제를 반대하여 싸우는 길만이라는것을 일깨워주시였다.로인은 자기와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 대하여 례를 들어가며 일깨워주시는 그이의 말씀에서 비로소 모든것을 깨달은듯 눈물을 머금고 자기도 유격대를 따라가고싶다고까지 말하는것이였다.
《내가 보기에는 이 집 할머니까지도 입고계신 옷이 헐어서 당장 문밖출입을 못하시는것 같습니다.적은 돈이지만 보태쓰십시오.그리고 닭도 사다가 기르시면서 아이들에게 고기도 먹일수 있게 해주십시오.》
로인은 자기들을 이렇게까지 극진히 대해주시는 그이가 바로 조선인민이 어버이로 우러러모시는
《그러한 큰어른이 손수 나무를 패시다니…
그이께서는 로인의 이 말에 빙긋이 웃으시며
로인은 그이의 손을 꼭 잡으며 간청하듯 다시 말씀드렸다. 《날씨가 추운데 오늘밤은 우리 집에서 모두 쉬여가십시오.하루밤만이라도 더 모시고싶쇠다.나는 이 세상에 당신들같은 군대가 있는줄은 정말 몰랐쇠다.이 늙은것도 새 힘이 솟습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