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9(2020)년 12월 1일 《우리 민족끼리》

 

투고

자식의 도리

 

전화위복의 기적으로 선경마을들이 펼쳐진 우리 검덕땅.

언제 그런 재난이 있었던듯, 언제 그런 복구의 전역이 있었던듯 우리 집 굴뚝에선 연기가 뭉실뭉실 피여나오고 따뜻한 창가에 놓인 화분엔 제나름 새싹이 돋아났다.

오늘이 나의 생일이라고 가까이에서 살고있는 자식들이 오겠다는 기별이 왔다.

나이가 들면 추억의 세계에서 산다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자꾸 옛일이 눈앞에 떠오르군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언제 세자식을 낳아키웠는지, 그 식솔을 거느리고 당의 품속에서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찾아 새집으로 이사는 몇번 하였고 손자, 손녀를 거느린 할머니라는 부름이 언제 내 귀에 익혀지게 되였는지 꿈만같다.

누구나 녀인의 한생은 어머니의 한생이라고 말한다. 자기의 딸애가 이제는 붉은넥타이를 팔랑이는 나이가 되였어도 맏이는 여전히 나를 어머니라 부르고 금방 아들애를 가진 둘째 용금이도 엄마라 스스럼없이 부르며 기쁜 일이 생겨도, 안타까운 일이 생겨도 내가 사는 이 큰집으로 달려오군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응당한 부름!

그 부름이 요즈음에 와서 그리도 새삼스레 느껴지는것은 무엇때문일가?

어찌하여 이 시각에 와서, 이 나이에 와서 그리도 의미깊게 들려오는것일가?

조용히 깊어만지는 생각을 더듬는데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맏이와 한 일터에서 일하는 며느리가 퇴근해오는것이였다.

큼직한 메기가 담긴 구럭을 비롯하여 옹기종기 짐을 가득 들고 들어오던 며느리는 남편이 오늘 전투계획을 마저 끝내느라고 늦을것 같다며 송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럴것없이 오늘 우리 광산에 이걸 다 해가지고 나가자꾸나. 둘째네도 보나마나 80일전투를 하느라고 바쁘겠는데 괜히 집에서 기다릴게 있냐.》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에 들어서는 나를 미안한듯 바라보던 며느리가 말했다.

《어머니, 자식들의 도리가 이거 정말 안됐습니다.》

자식들의 도리! 진심에 젖은 며느리의 이 말은 나의 가슴속 금선을 찌르르 울려놓았다.

그래, 이 애들은 나의 자식들이지…

저애들을 키웠다. 자식들을 키웠다. 걸음마를 떼여주고 책가방을 메워주고 결혼식도 차려주었다. 그애들의 몸에서 나의 손길이 떨어진적 없었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인생체험은 나에게 그 모든것을 부정하고싶게 한다.

처참한 재해의 그 빈터우에서 저애들에게 꿈같은 새집을 지어주고 새 생활의 활력을 부어준 그 품, 이 땅의 수천만어머니들의 정성을 다 합쳐도 비기지 못할 위대한 사랑으로 재난을 가셔주고 운명을 구원해준 고마운 품이 바로 어머니 우리 당의 품이 아니랴.

나의 눈앞에는 이 두손에 살림살이에 필요한 모든것이 갖추어진 새집의 열쇠를 받아안고 기쁨보다 먼저 고마움에 목메여 눈물흘리며 뜨락에 들어서던 때가 떠올랐다.

위대한 우리 조선로동당만이 나와 나의 자식들을 살려주고 보살펴줄수 있었다.

우리 자식들은 바로 그 전화위복의 기적속에서 위대한 어머니의 세계를 또다시 체험하였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위대한 우리 당을 어머니라 노래하듯이 검덕땅의 평범한 이 녀인도 그속에 목소리를 합치며 또다시 소리쳐 웨치련다.

어머니, 어머니없이 우린 못산다고…

나는 감사의 정을 안고 방에 모셔진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우러르며 마음속 진정을 아뢰고 아뢰였다.

《어버이수령님, 어버이장군님. 이 땅의 천만자식들은 경애하는 원수님을 받들어 산악같이 떨쳐나 이 땅우에 사회주의승리를 안아오겠습니다!

자식의 도리를 다하여 우리 원수님을 더 잘 받들어모시겠습니다!》

량명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