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9월 4일 《우리 민족끼리》
수필 《어부지리》라는 말을 두고
며칠전 저녁이였다.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던 나는 옆방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몇개를 찾았니.》 《5개밖에 못찾았어요.》 안해가 소학교 5학년에 다니는 아들 철남이의 숙제검열을 하는 모양이였다. 《무슨 문제이기에 아직 못했나요.》 이번에는 고급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 철옥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호기심이 동하고 아들애의 학습정형도 알아볼겸 해서 옆방으로 갔다. 《글쎄 4글자로 된 단어 10개를 찾아서 글짓기를 해오라는데 꼭 받침이 없는 명사가 되여야 한다나요. 그런데 잘 생각나지 않는군요. 당신도 좀 같이 찾아보자요.》 안해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철남이의 학습장을 펼쳐들었다. 버드나무, 해바라기, 과외지도, 두루마기, 도리머리. 몇분 지나 안해가 련속 3개를 생각해냈다. 돼지고기, 고추가루, 이쑤시개. 《역시 주방장을 하는 당신이 다르구만. 주로 먹는 분야만 찾아내는걸 보니.》하며 내가 웃자 철옥이도, 철남이도 모두 따라 웃었다. 이윽고 내가 모래시계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마지막 한개를 놓고 방안에 정적이 깃든 가운데 이번에는 딸애가 손벽을 치며 소리쳤다. 《나도 찾았다. 아버지, 어부지리가 어때요. 얼마전 유래상식집에서 본건데.》 《참 용쿠나. 책을 많이 읽더니 정말 신통한것을 찾아냈구나.》 이렇게 말하며 내가 딸애의 등을 두드려주는데 철남이가 물었다. 《누나, 어부지리라는건 무슨 소리나?》 머리를 기웃거리는 동생을 바라보며 철옥이는 말하였다. 《응, 어부지리라는 말은 량편이 서로 다투고있는 사이에 엉뚱한 제 삼자가 리익을 보게 되는것을 말하는건데 이와 관련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단다. 어느날 조개가 조가비를 벌리고 해빛을 쪼이고있는데 어디선가 황새가 날아들어 조개의 살을 쪼았단다. 조개가 깜짝 놀라 조가비를 다물자 황새의 부리는 그만 껍질에 끼우게 되였어. 황새는 오늘도 래일도 비가 안오면 죽은 조개가 하나 생길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조개 역시 오늘도 래일도 빠져나가지 못하면 죽은 황새 한마리가 생길것이라고 생각하였단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황새가 <날 놓아주렴. 이러다가 넌 말라죽어.>라고 말하자 조개는 <피, 넌 굶어죽어.>하며 싱갱이질을 하였대. 이렇게 서로 양보하지 않고있을 때 지나가던 어부가 <이런 횡재라구야!>하면서 둘을 다 잡아갔다는구나. 이러한 이야기로부터 <어부지리>라는 말이 생겨났어.》 그제야 리해가 가는듯 머리를 끄떡이던 아들애는 누나에게 또다시 물었다. 《글쎄 다른 단어들은 내절로 글짓기를 할수 있는데 어부지리라는 단어를 가지고는 어떻게 문장을 지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 가식없는 아들애의 말에 나는 생각이 깊어졌다. 어부지리! 이 말의 참뜻을 알기에는 너무도 어린 철남이가 아닌가. 자기보다 동지를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운 미풍이 활짝 꽃쳐나는 우리 식 사회주의사회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난 저애가 어떻게 이 단어로 글을 지을수 있단말인가. 아마 고급중학교에 다니는 철옥이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리라. 흔히 사람들은 어부지리라고 할 때 옛날 동화를 비롯하여 력사이야기에 대해 떠올리군 한다. 력사에는 두 나라간에 혹은 그 이상의 나라들간에 리간을 조성하여 알륵과 갈등을 유발시켜 자국의 리익을 챙긴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수많이 기록되여있다. 세계전쟁사에도 국가들간에 막대한 희생을 내며 물적자원을 총동원한 치렬한 전쟁을 할 때 멀리서 팔짱을 끼고 구경하다가 둘다 약해진 틈에 거기에 끼여들어 막대한 폭리를 얻은 나라들에 대한 사실자료들도 적지 않다. 오늘의 국제사회에도 나라들사이, 정치세력들사이, 종족 및 교파들사이의 모순을 야기시키고 리간을 조성하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얻는 《나쁜 어부》들도 있지 않는가. 어부지리, 이 말의 의미를 다시금 들여다볼수록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고 오늘까지 저들의 리익만을 추구하는 외세의 검은 그림자가 그대로 비껴오는듯싶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통일된 내 조국을 갈망하였는가. 3천만겨레가 8천만이 되도록 우리 겨레는 애타게 통일을 바랐건만 어이하여 이 땅의 분렬은 지속되고있는것인가. 결코 통일을 불러 흘린 겨레의 눈물이 적어서도 아니였고 통일을 위해 바친 피가 모자라서도 아니였다. 바로 동족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켜 거기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외세의 반통일책동에 의해 우리 민족은 장장 76년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 민족분렬의 불행과 고통을 강요당하고있는것이다. 76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의 갈피들에 력력히 찍혀있는 분렬의 고통과 불행을 무슨 말로 다 이야기할수 있으랴. 그 오랜 날과 달들에 우리 겨레가 평화와 통일을 그토록 갈망할 때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것은 누구였으며 분렬의 고통속에서 자기 리익을 추구한 세력은 과연 누구였더냐. 우리 민족이 국토량단의 비극을 강요당하게 된것도, 세기를 이어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렬민족으로 남아있는것도 그리고 내외의 한결같은 반대배격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에서 북침전쟁연습이 끊임없이 감행되고있는것도 따져놓고보면 외세가 자기의 리해관계, 저들의 국익을 위해 우리 민족의 리익을 희생시키고있기때문이다. 생각할수록 나의 가슴은 외세에 대한 증오로 불타올랐다. 상념에서 깨여난 나는 철남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야, 이렇게 쓰거라. <우리 민족은 더이상 외세에게 어부지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장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