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2월 23일 로동신문

 

실화

높은 교단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교원들은 누가 알아주건말건 깨끗한 량심과 성실한 노력으로 한생을 바쳐 교육초소를 지켜가는 참다운 애국자, 충실한 혁명가가 되여야 합니다.》

3년전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웃고떠들며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만경대구역 선구자소학교 교원 박현정의 눈앞에는 한 소녀의 모습이 자꾸만 얼른거렸다.

이름은 현예지, 몇살인가고 묻자 손가락 일곱개를 펴보이던 소녀, 공부하고싶으냐고 물었을 때에는 대답대신 고개를 수그리던 그,

신체상장애로 걷지 못하는 딸애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그의 어머니가 하던 말이 또다시 가슴을 파고들었다.

《예지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것을 볼 때면 남몰래 눈물을 흘리군 했습니다.하지만 어쩌겠습니까.오늘이 신입생등록을 하는 날이여서 딸애에게 학교구경이나 시키려고 업고왔던겁니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 돌아가면서도 내내 학교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던 소녀, 어떤 기대가 담긴듯싶은 그 어린것의 눈빛을 외면하자니 량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날 현정은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그러는 그의 눈앞으로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온갖 지성을 다 바친 참된 교육자들의 모습이 화면처럼 흘러갔다.

(그들도 나와 같은 교육자가 아닌가.)

예지라는 그 소녀를 외면하고서는 다시 교단에 설것같지 못했다.잠자리에서 일어나앉은 현정은 어머니에게 사연을 털어놓았다.그 소녀를 업고다니며 공부를 시키겠다는 딸의 결심을 두고 어머니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쉽지 않은 결심을 내린 현정을 대견스레 바라보던 어머니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끝까지 갈 길이면 주저없이 걸음을 떼거라.》

이튿날 현정은 예지의 집을 찾았다.이른새벽에 찾아온 그를 본 예지의 어머니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앉은걸음으로 문가에 나온 예지도 웬일인가 하여 말끄러미 쳐다보았다.그러는 예지에게 현정은 등을 돌려댔다.

《어서 업혀라.학교에 가자.》

그는 자기의 뒤목에 뜨거운것이 떨어지는것을 느꼈다.소녀의 눈물인지, 그의 어머니의 눈물인지 알수 없었다.하지만 현정은 교육자의 의무감만으로는 그 길을 끝까지 갈수 없다는것을 그때로서는 다 몰랐다.

감동과 놀라움이 뒤섞인 시선들이 예지를 업고다니는 현정에게 쏠리는 속에 여러달이 흐른 어느날이였다.

예지를 업고 퇴근길에 오른 현정은 이윽토록 말이 없었다.그때면 의례히 울리군 하던 우리 글소리며 셈세기소리도, 처녀교원과 학생이 서로 주고받으며 부르는 노래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지가 현정의 목을 꼭 그러안으며 물었다.

《선생님, 힘들어서 그럽니까?》

《아니…》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가슴속에서는 소용돌이가 일고있었다.방금전 학교정문앞에서 만났던 대학동창생의 말이 또다시 귀전을 맴돌았다.현정이와 예지를 번갈아 바라보던 동창생은 이렇게 말했다.

《현정아, 네 몸을 좀 돌봐라.곱던 네 얼굴이 아예 딴판이 됐구나.》

현정은 저도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그만하렴.애가 듣는데…》

동창생은 그러거나말거나 계속 훈시하였다.…

함께 대학을 졸업하고 현정은 소학교교원으로, 그는 박사원을 거쳐 대학교원이 되였다.한날한시에 졸업했건만 대학의 교단에 선 그와 자기사이에는 아득한 차이가 있는것처럼 느껴져 현정은 마음이 산란해졌다.

예지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온 현정은 거울앞에 이윽토록 서있었다.그러느라니 저도모르게 한숨이 새여나왔다.자기가 걸어야 할 길이 까마득히 멀어보였던것이다.

이튿날 예지의 집에 다달은 그는 뜻밖의 일에 부딪쳤다.예지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것이였다.

《선생님에게 괜히 고생을 시키는것같아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학교에 다니는것이 우리 예지에게는 욕망뿐이지 아무래도 안될것같습니다.》

예지의 아버지는 슬며시 그를 외면하였고 어머니는 말없이 앉아있기만 했다.

현정은 예지의 부모를 어떻게 하나 설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무어라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그는 그저 《다시 잘 생각해보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는 무거운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예지를 끝까지 맡아키우겠다는 말이 입속에서만 맴도는것을 그로서도 어쩌는수가 없었다.학교에 도착하니 교장선생이 그를 불렀다.

《현정선생, 힘들지?》

현정은 구태여 자신을 감추지 않았다.

《예, 정말이지 힘이 듭니다.》

수십년세월 교단을 지켜온 교장선생은 말하였다.

《교단을 떠날 나이에 이르니 학생들을 더 따뜻이 사랑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교장선생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우리 교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징표는 높은 실력과 풍부한 경험에 앞서 무한한 사랑이예요.그래서 교원구실을 다하자면 어머니가 되여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아.》

현정은 자신을 새로운 눈으로 돌이켜보았다.자기에게 진짜 부족한것은 교원의 본분에 충실하려는 사명감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친혈육의 정,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울이는 진실한 사랑이였던것이다.

교원들은 어머니다운 품성을 지니고 학생들을 자기 친혈육처럼 여기고 그들에게 진정을 바쳐야 한다고 하신 경애하는 총비서동지의 말씀이 다시금 가슴을 울려주었다.

그날 현정은 교원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자기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교단에 나서야 하며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합쳐지는 그 교단을 어떻게 지켜가야 하는가를 깊이 새기게 되였다.그는 또다시 예지의 집을 찾았다.그런데 들어서기 바쁘게 예지가 어푸러지듯 그의 품에 안기며 흐느낌속에 말하는것이 아닌가.

《선생님, 난 학교에 가고싶어요.》

현정은 다시 예지를 업고 등교길에 올랐다.여느때처럼 예지와 함께 공부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저녁이면 또 집에까지 업고가 학습지도도 해주고 밥먹는 모습까지 보고서야 자기 집으로 향했다.날마다 등교길에 울리는 교원과 학생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친어머니와 친딸같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눈굽을 찍었고 날을 따라 성장하는 예지를 보며 현정은 기쁨에 넘치였다.

보람도 컸지만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체육시간이면 예지는 홀로 교실에 남아있어야 했고 등산가는 날에도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누구에게나 즐겁고 기쁨넘친 하루로 되여있는 이런 날들이 예지에게는 우울과 외로움이 갈마드는 날로 되였던것이다.언젠가는 그렇게도 걸어보고싶다며 쌍지팽이를 짚고 혼자서 집을 나가 복닥소동이 일어나게 한 예지였다.

그때마다 현정은 생각했다.

(내 꼭 예지가 이 땅을 마음껏 활보하며 우리 제도가 얼마나 좋은 제도인가를 알게 하겠어.)

예지를 업고 여러 병원들을 찾아다니며 현정이 걸은 남모르는 밤길은 그 얼마였고 맞은 눈비는 또 얼마였던가.

손에는 늘 교수안과 함께 의학서적들이 묻어다녔다.휴식시간이면 자기의 무릎우에 예지의 다리를 올려놓고 안마도 해주었다.의료일군들이 대준대로 뜸도 뜨고 찜질도 해주었으며 보약재도 마련하여 예지에게 안겨주었다.이렇게 날과 달이 흐르고 해가 바뀌였다.

그러던 지난 5월 기적이 일어났다.언제나 굽어져있던 예지의 한쪽다리가 서서히 펴지는것이 아닌가.

현정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선생님, 다리에 힘이 솟아요.》

《정말이냐.한번 네 절로 서보렴.》

예지는 정말로 두발을 땅에 디디고섰다.그리고는 한발두발 걸음을 떼였다.

눈오는 계절에는 꽃피는 봄이면 걷게 될가, 새 학기를 맞을 때면 다음학기에는 걷게 될가 하고 애타게 그날을 기다리던 날들이며 꿈속에서 땅을 구르며 달려오는 예지의 모습을 보며 웃음짓다가도 그것이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깨여나면 눈물을 흘리던 날들이 뜨거운 추억속에 안겨왔다.예지를 와락 그러안은 그의 두볼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 *


오늘도 예지는 동무들과 나란히 등교길에 오른다.《소나무》책가방을 메고 제발로 걸어가는 예지의 행복넘친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의 부모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커다란 감동에 휩싸인다.그러면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한 처녀교원을 생각하고 그가 지켜선 교단을 그려본다.

그가 지켜선 소학교의 교단은 높지 않다.하지만 한 처녀교원이 기울인 사랑과 헌신이 가득 고여 아득히 높게만 보이는 교단이다.

의무감에 앞서 뜨거운 사랑을 안고 교단을 지켜선 이런 교육자들이 있어 조국의 미래인 새세대들이 무럭무럭 자라고있는것이다.복받은 소녀 예지도 우리 조국의 사랑의 화원속에 활짝 피여난 한송이 아름다운 꽃이였다.

글 본사기자 강효심
사진 리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