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2월 28일 《우리 민족끼리》

 

[글과 사진]

《가리지 말라》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직업계고졸업자 취업통계조사결과>를 보면 직업계고를 졸업한 학생취업률은 지난해 28.6%로 전년에 이어 30%에 못미쳤다. 취업한 직업계고학생들 약 40%는 1년도 안돼 사업장을 떠나는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남조선의 어느 한 출판물에 실린 글내용의 일부이다.

자료는 남조선사회의 극심한 실업률과 그 원인에 대한 단면적인 통계에 불과하다. 청년백수 100만시대, 대학생의 절반이 졸업과 함께 백수가 되는 시대, 20대의 40%가 비정규직인 시대라는 징표는 가난함, 고단함, 절망감, 좌절감으로 심신이 얼어가고있는 남조선청년들의 래일이 더욱 비참해질것임을 예고하고있다.

하다면 아래의 만화가 보여주는것은 무엇인가.

한창 일해야 할 피끓는 나이의 청년이 신발도 신지 못한채 한낮에 가냘픈 몸을 떨며 간신히 비쳐드는 해빛에 얼어든 몸을 녹이고있다. 보기에 집도, 일자리도 없이 《희망의 동토대》에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남조선청년들의 실상이 그대로 담겨있다.

《벼락거지》(집값이 올라 빈곤해진 무주택자),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건달), 《N포세대》(주택, 취업, 결혼,출산 등 포기)라는 가혹한 말들은 남조선청년들을 괴롭히는 꼬리표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령끌》(령혼까지 끌어모으다), 《빚투》(빚내서 투자), 《이퇴백》(20대에 퇴직한 백수) 등의 신조어들은 그 비참함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하는 선택은 대체로 극단적이다. 지금 남조선청년들속에서 생존을 위한 단말마적인 행태가 자행되고 《N번방》사건과 같은 패륜패덕의 추악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은둔을 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벌어지고있는것은 모든것을 빼앗긴데 대한 절망,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폭발이 극단에 이르렀기때문이다.

아마 만화속의 청년도 어느 다리나 건물옥상에서 사품치는 강물 혹은 차디찬 아스팔트우에 자기 몸을 던지려고 끔찍한 결심을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청년의 앞에 어둑시근하게 사람의 형체가 떡 버티고 서서 구세주라도 되는듯이 《많이 힘들지. 소원을 말해봐. 다 들어줄게.》라고 한다. 다름아닌 정치인이다.

남조선에서는 무엇이나 다 약속하고 모두 들어줄것처럼 현혹시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부류를 말하라면 정치인들을 꼽는다. 삼척동자도 《정치하는 사람이 길 저편에서 당신을 알아보면 선거날이 멀지 않았음을 뜻한다.》는 소리를 알고있다.

만화의 정치인도 역시 그렇게 청년에게 다가든다. 그리고 청년기본소득도입, 청년도약보장금지원, 청년안심주택과 청년기본주택공급, 청년인재영입, 청년일자리문제 최우선해결 등 수많은 말들을 주어섬기며 자기를 보라고, 지지해달라며 구애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다가들수록 엷은 해빛마저 가리우며 억지애정을 보이는 정치인을 향해 청년은 《내 소원은 지금 내 해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주세요.》라고 하소연한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껏 정치인이라는 자들이 청년들을 한갖 표로 취급하며 그들에게 어두운 그늘만을 던져왔기때문이다.

실업대란, 비정규직대란으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한 백수로 전락될 때 제 자식들은 부정취업시켜 묵돈을 벌게 하고 엉터리경제정책과 부동산재벌들에 대한 편들기로 《내집마련》이라는 청년들의 소박한 꿈마저 빼앗은자들, 10년이 넘도록 《중대재해처벌방지법》을 개밥에 도토리처럼 취급하면서 청년들을 죽음과 실업에로 몰아간 시정배들…

하기에 겉만 그럴사하고 속이 없는 《공약》, 약속은 하늘같고 리행은 털끝만큼도 안되는 정객들의 허풍에 청년들은 신물이 날대로 났다. 그들에게 정치인들이란 한점 해빛마저 가리우는 시끄러운 존재, 없어져야 할 불필요한 장애물일뿐이다.

하다면 만화속 청년은 언제까지나 떨며 앉아있을것인가. 남조선청년들은 언제까지나 해빛을 가리지 말아달라며 하소연이나 하고있을것인가.

백수로 살며 속절없이 시들어가지 않으려면, 제2의 김용균이가 되여 비참한 운명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손으로 부조리한 사회, 썩은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의 운명에 덮힌 먹장구름이 밀려나고 만화속 주인공도 어깨를 펴고 따스한 해빛을 쬐일수 있을것이다.

조 성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