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11일 《메아리》

 

빈집

- 남조선주민의 글 -

 

작년에도 끝내 집을 마련하지 못했다. 년말까지 꼭 집을 마련하겠다고 딸애에게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

우리 부녀가 바란것은 결코 호화주택이 아니다. 단칸짜리 《옥탑방》이라도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이 사회는 나에게 《주거공간》을 주지 않았다.

내가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무슨 고생인들 안했겠는가. 《월급》외에 돈을 더 장만해보겠다고 여기저기 품팔이를 하며 때식을 건는적이 한두번인가. 8살난 딸애도 마찬가지이다. 아직은 뭘 모르는 소녀, 허나 딸애는 새옷을 입고싶어도 사달란 말 한마디 안했다. 더욱 가슴저미는것은 한창 클 나이에 먹고싶은것을 참는 딸애의 모습이다. 호떡을 특별히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세방집》으로 오느라면 큰길에서 호떡매대를 지나치게 된다. 집을 마련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부터 딸애는 호떡매대를 에돌아 집으로 오군했다. 매대를 안보면 사먹지 않게 되고 그럼 돈이 절약되기때문이였다.

입고싶은것, 먹고싶은것도 꾹 참고 돈을 장만했지만 아직 온전한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거기에 현 당국은 《주택시장》의 침체를 막는다며 《부동산규제》를 풀려고 하는 등 오히려 집값상승을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있다. 죽은것만 못한 인생살이를 과연 얼마나 더 해야 내집을 마련할수 있을가.

북주민들은 척척 새집을 받는다는데 얼마나 좋겠는가. 나라에서 평범한 로동자들에게도 궁궐같은 새집을 안겨준단다.

몇달전 인터네트를 통해 평양시의 송화거리야경을 보니 별세계같은 거리도 황홀했지만 모든 집집의 창가마다에서 환한 빛이 흘러나오는 모습이 특별히 눈을 끌었다. 금방 지은 새거리인데도 빈집이 없었던것이다. 비단 주택수요가 높아서만이겠는가. 북에서는 새 아빠트를 건설하는것과 동시에 벌써 새집을 배정하게 될 주민들의 명단이 만들어지며 완공되는 즉시 입사증을 주민들에게 준다고 들었다. 오로지 인민을 위해 지은 집이기에 그대로 근로하는 인민들에게 즉시즉시 배려해주는것이다.

여기서는 그런 멋진 장관을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고보면 서울에만도 빈집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철거된 낡은 집이 아니라 새 아빠트의 빈집들말이다. 물론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잉되여서 생기는 현상은 절대로 아니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아빠트들을 건설했으니 돈없으면 새집을 살 엄두조차 낼수 없기때문이다.

누구도 살지 않는 텅빈 집들. 내 마음은 정말 쓸쓸하다. 빈집은 많아도 내가 살 집은 없으니 이 얼마나 억울한 사회인가.

그러고보면 빈집이 해당 사회를 투시해보는 하나의 단면으로 될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중을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참정치》를 펴고있는 북에는 빈집이 없다. 집집마다 빈곳없이 사람이 들어가 사는것처럼 온 사회에 빈곳없이 민중에 대한 사랑으로 꽉 차있는 북이다.

그렇다면 내 사는 이 땅은 어떠한가. 《로숙자》와 《쪽방촌》은 넘쳐나도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집들이 이 땅의 그 어디에나 널려있다. 《국민사랑》은 웨치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처럼 실속이 없는 빈껍데기정치를 하고 알속없는 정책을 펴고있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한, 제도가 바뀌지 않는한 나의 세방살이인생은 계속될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인국 – 서울

출처 :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