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7월 7일 로동신문

 

영광스러운 전승세대에 대한 긍지높은 추억-그들처럼 영원히 승리하리라


옛 포병은 오늘도 《민청》호곡사포에 포탄을 재운다

 

사동구역 두루2동에서 사는 박덕해전쟁로병은 95살의 고령이지만 매우 정정하였다.

아직도 안경을 끼지 않고 신문을 읽는다는 그의 서글서글한 눈에는 해방후 정주기관구에서 일하며 20살도 되기 전에 벌써 당원의 영예를 지닌 청년, 1948년 10월 조선인민군에 입대하여 제3보병사단 포병련대 1대대 3중대의 포병으로 복무하던 젊은 시절의 결패와 기백이 그대로 어려있었다.

영웅적조선인민군의 첫 세대 포병이였던 그는 문화부중대장이 되여 대전해방전투와 락동강전투에서 빛나는 위훈을 세웠으며 1211고지방어전투에서도 혁혁한 군공을 떨쳤다고 한다.

전쟁시기 그는 2개의 군공메달과 함께 중대지휘를 령활하게 하여 대전해방전투승리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전사의 영예훈장 제2급을 수여받았다.

이런 연고로 하여 우리는 박덕해로병에 대한 취재에서 격동적인 위훈담을 많이 듣게 되리라고 기대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영용한 전화의 조국방위자들이 포연탄우속에 육박해간 무수한 섬멸의 길들을 거쳐 승리라는 값비싼 영광이 탄생하게 되였고 진격의 선봉에 추켜들었던 공화국기는 영웅조선의 아들딸들의 값비싼 선혈로 더욱 짙게 물들어 영웅성과 승리와 정의의 상징으로, 반제투쟁의 불멸의 기치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였습니다.》

로병은 우리에게 한장의 사진부터 보여주었다.

그것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사적 및 공훈무기전시장에 있는 곡사포 5431호의 사진이였다.109개의 별이 새겨진 그 곡사포는 평양과 서울, 팔공산과 1211고지 등 준엄한 싸움터에서 수많은 적유생력량과 적들의 각종 포, 땅크, 자동차, 화점을 파괴소멸하여 《민청》호칭호를 수여받은 우리 인민군포병의 자랑으로 되고있는 사연깊은 무기이다.

《이 포는 전쟁 제1계단시기에는 제1보병사단에 속해있었습니다.전쟁 제3계단시기에는 우리 사단에 소속되였지요.이 포로 원쑤놈들을 통쾌하게 족치던 때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는 그 사진을 이윽토록 여겨보았다.

이때 김형직사범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다는 로병의 손자 명은성동무가 방에 들어섰다.곡사포사진을 넘겨다본 그는 《할아버진 잠들 때에도 이 사진만은 머리맡에 꼭 두군 하신답니다.》라고 귀띔해주었다.

포병들에게 고유한 자기 포에 대한 류다른 애착심때문인가.

박덕해전쟁로병은 감회에 젖은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우리는 전쟁 제1계단시기에도 이런 122mm곡사포를 가지고 싸웠습니다.그래서인지 이 포와 마주할 때면 불타는 락동강, 우리 인민군전사들의 피로 물들었던 락동강부터 떠오릅니다.그 전투의 가렬함을 어떻게 말이나 글로써 다 표현할수 있겠습니까.》

로병의 눈가에는 어느새 뜨거운것이 맺혔다.

《락동강으로 흐르는 전우들의 시신을 보며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고통을 이를 사려물고 이겨내면서 우리는 강을 도하하여 강기슭의 사과나무밭에 포진지를 정하였습니다.

〈전우들의 복수를 위하여!〉

조준수 손상병동무가 이렇게 웨치며 적들의 무리를 향해 포의 사각을 맞추었습니다.해방전에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다만 생각나는것은 그의 고향이 태천군이고 처녀처럼 수집게 웃던 모습과 관골이 두드러지고 눈매가 온화했던 얼굴입니다.

전투는 시간이 흐를수록 치렬해졌습니다.적들의 포탄에 의해 여기저기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파편들이 휙휙 공기를 째며 날아갔습니다.

우리의 머리우에서는 갈가마귀같은 적 포지휘기가 악착스럽게 맴돌고있었습니다.그 흉물스러운 적기에서는 삐라들이 락엽처럼 와스스 떨어졌습니다.적들은 그 너절한 종이장들에 〈너희들은 독안에 든 쥐다.평양과 원산, 신의주도 미군이 상륙하여 다 차지하였다.투항하라.〉는따위의 수작들을 잔뜩 써놓았습니다.원쑤들은 포탄으로 우리의 육체를 소멸하고 그런 서푼짜리 삐라로는 우리 군인들의 신념을 허물어보려고 어리석게 망상하였던것입니다.

우리 포병들은 가증스러운 원쑤들을 향해 포신이 확확 달아오르도록 포를 쏘았습니다.

갑자기 적포탄이 우리 진지에 떨어지면서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구뎅이가 휑하니 생겼습니다.포성으로 귀가 멍멍해진 저는 〈꽝!〉 하는 폭음도 들은것같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전우의 신음만은 그 어떤 폭음보다 더 크게, 더 뚜렷이 들려왔습니다.》

로병은 말끝을 흐리며 손수건을 눈에 가져갔다.그의 주름진 눈귀에서 맑고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글쎄… 조준수 손상병동무가… 피가 랑자한 배를 그러쥐고 〈문화부중대장동지, 전…〉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눈앞이 새까매지고 다리맥이 탁 풀리면서 온몸이 비칠거렸습니다.그의 곁에 다가가니 손동무는 이미 마지막숨을 몰아쉬고있었습니다.그는 가까스로 저의 손을 잡았습니다.그러자 아직 식지 않은 그의 체온이 느껴지면서 저의 온몸은 불덩이마냥 달아올랐습니다.그리고 검은 동자가 더 커진듯한 그의 눈은 초불처럼 확 타오르는것같았습니다.

그의 꺼멓게 조갈든 입술새로 〈부탁…합니다.〉라는 속삭임이 겨우 울려나왔습니다.

〈상병동무! 죽으면 안돼!〉

저는 이렇게 부르짖으며 위생병을 찾고나서 서둘러 중위견장이 달린 군복을 벗었습니다.그리고는 이미 그가 숨진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싶어 〈상병이, 춥지? 조금만 참자!〉라고 하면서 피가 굳어지기 시작한 그의 몸에 제 군복을 입혀주었습니다.

손상병동무는 원쑤의 포탄이 진지에 날아와 터질 때마다 온몸이 방순이 되여 포의 조준경을 감싸군 하던 훌륭한 조준수였습니다.그때도 자기의 몸으로 조준경을 지켜냈던것입니다.

전우가 지켜낸 포에 제손으로 포탄을 장탄하고 〈쐇!〉 하고 웨치며 포탄을 발사할 때 저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로병은 어깨를 떨며 세차게 흐느끼였다.락동강기슭에서 그가 흘리던 피눈물이 우리의 심장을 아프게 허비였다.

《전투가 끝난 후 우리는 손상병동무를 진지옆에 안치하였습니다.군용모포 한장을 덮어주고 차디찬 락동강기슭의 흙을 그의 시신에 뿌릴 때 뼈를 에이는 아픔에 손마저 곱아들었습니다.저의 귀전에는 〈부탁…합니다.〉라는 그의 마지막목소리가 쟁쟁히 들렸습니다.

그가 무엇을 부탁하였겠습니까.

자기가 채 쏘지 못한 포탄으로 원쑤들을 씨도 없이 격멸소탕하고 자기의 몫까지 합쳐 전승의 축포를 쏘아달라는것이였을것입니다.

저는 〈상병동무, 동무의 부탁대로 기어이 미국놈들을 부산앞바다에 처넣겠소.그리고 꼭 다시 와서 동무를 데려가겠소.〉라고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70여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손자 명은성동무는 할아버지의 피눈물로 절은것만 같은 곡사포의 사진을 정히 어루쓸었다.

《할아버진 한순간도 그 약속을 잊은적이 없습니다.

소년단시절에 저는 할아버지와 함께 전승기념관에 간적이 있습니다.그때 할아버진 제대되여 어느한 기관에서 일하고계셨는데 이 곡사포가 전승기념관에 있는줄 모르고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 전승기념관에서 이 포를 보시고는 포신을 그러안고 우시는게 아니겠습니까.〈상병아, 상병아!〉 하고 전우의 이름을 그냥 부르면서 말입니다.

그때 저는 철부지였지만 3년간의 불비속을 포와 함께 헤쳐온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이 포는 무기이기 전에 생사를 같이하고 피를 나눈 귀중한 전우라는것을 알았습니다.그날부터 할아버진 전승절이 오거나 전우들이 생각나면 이 포를 보러 가시군 합니다.포를 보고나면 제손으로 묻은 희생된 포병들의 얼굴이 떠올라 온밤 잠들지 못하신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옛 포병이 몹시 사랑한다는 노래 《전승의 축포여 말하라》의 구절이 절로 떠올랐다.

축포여 너는 용사들 넋을 빛내는 별무리

축포여 너는 용사들 위훈 새기는 훈장메달

7.27을 맞이한 수도의 밤하늘가에 터져오르는 승리의 축포를 보며 새세대들이 환희에 잠겨 환성을 올릴 때에도 옛 포병은 락동강기슭에 묻고온 전우, 함께 싸우다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포병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였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를 모시고 진행되는 전승절경축행사들에 비록 중대를 대표하여 혼자 참가하군 하였지만 그는 한강도하과정에 희생된 첫 문화부중대장인 권춘식, 락동강기슭에서 희생된 조준수 손상병, 신고산부근에서 전사한 1소대장 조병호 등 중대의 포병들이 어깨나란히 함께 서있다고 생각하였다.

박덕해로병은 마음속으로 눈부신 축포를 터쳐올리는 포곁에 잊을수 없는 중대의 옛 포병들과 나란히 서서 한발 또 한발 축포탄을 재우고 쏘아올리군 하였다.그러면서 전우들에게 이렇게 속삭이였다.

(동지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우리들을 두고 력사의 풍파속에서도 억척불변한 우리 공화국의 주추를 다진 가장 영웅적인 세대이며 백절불굴하는 위대한 조선인민의 전형들이라고 불러주셨습니다.저 불보라는 우리 당이 동지들의 몫으로 쏘아주는 축포입니다.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계시기에 락동강가에서 동지들에게 한 나의 약속, 우리 세대의 맹세는 지켜질것입니다.우리의 새세대 포병들이 그 약속, 그 맹세를 반드시 실천해줄것입니다.)

글 및 사진 본사기자 최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