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7月 11th, 2007

〈이야기주머니〉 박박 바가지

  독자여러분들의 거듭되는 요망에 따라서 문화란에서는 이번호부터 달에 한번 북과 남, 재일동포 작가들이 창작한 민화, 동화, 아동문학 등을 우리 글과 일본글로 소개하는 련재기획《이야기주머니》를 시작한다. 어린이들을 무릎우에 앉혀놓고 이야기주머니를 풀어주는것은 엄마, 아빠일가? 할아버지, 할머니일가? 아니면 고모, 이모, 삼촌일가…?

                                                          ※                    ※                  ※

  옛날 어느곳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는데 하루는 밤중에 도둑이 들었어. 도둑이 살금살금 집안에 들어와서 이리저리 살피다가 마루우로 기여올라왔어. 그러니까 마루장이 낡아서 삐그덕삐그덕 소리가 나거든. 방안에서 잠을 자던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듣고 잠을 깼어. 그러고는 옆에서 자고있는 할아버지를 깨웠지.

  《여보, 령감.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걸 보니 도둑이 들었나 보우.》

  마루를 기여가던 도둑이 이 소리를 들으니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그래서 들키지 않으려고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방안에서는 할아버지가 잠을 깨서 하는 말이 《도둑은 무슨 도둑. 마루밑에서 쥐들이 설치는 모양이지.》 하거든. 그래도 할머니는 《아무래도 쥐소리는 아닌것 같았는데…》 하고 자꾸 미심쩍어 한단 말이야. 도둑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서 마음을 놓으라고 찍찍 찍찍 하고 쥐소리를 냈어.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그것 봐요. 저게 쥐소리가 아니고 뭐야?》 하는데 할머니는 또 미심쩍어서 《이상하다. 쥐소리 치고는 너무 큰걸.》 하지.

  《그럼 고양이 소린게지.》

  그래도 할머니는 《고양이 소리도 아닌데. 그러지 말고 어서 나가보우.》 하고 자꾸 채근을 해. 도둑이 들어보니 이러다가는 꼼짝없이 들키겠거든. 그래서 얼른 《야옹, 야옹》 하고 고양이소리를 냈어.

  《그럼 그렇지. 틀림없는 고양이소리 아니오?》

  할아버지는 잘 속아주는데 할머니는 이번에도 속지를 않네.

  《고양이 소리치고는 너무 굵어요.》

  《고양이보다 소리가 굵으면 개 짖는 소리겠지.》

  도둑은 어서 빨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음놓고 자라고 이번에는 《멍멍, 멍멍》 하고 개짖는 소리를 냈어.

  《그것 보라지. 개짖는 소리가 틀림없구먼.》

  《아무려면 내가 개짖는 소리를 못알아들을가.》

  《그러면 송아지 소린게지.》

  도둑은 얼른 《음메, 음메》 하고 송아지소리를 냈어.

  《저것 보라니까. 송아지소리 아니오?》

  《아니예요. 송아지소리하고도 달라요.》

  《그래요? 그럼 코끼리소린가?》

  할아버지는 잠도 쏟아지고 귀찮고 해서 아무렇게나 둘러댄것인데 정작 도둑은 등에 식은 땀이 줄줄 흘러. 이번에는 코끼리소리를 내야 할 판국인데 도대체 코끼리소리를 한번이라도 들어봐야 말이지.

  《에그 내 팔자야. 그놈의 코끼리때문에 들키게 생겼구나.》

  도둑은 급한 김에 코끼리소리를 낸다는게 참 말도 안되는 소리를 냈어.

  《코코, 끼리끼리, 코코, 끼리끼리…》

  그랬더니 방안에서는 란리가 났지.

  《에구머니! 저게 무슨 소리야? 내 생전 저런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 여보, 령감. 저게 코끼리소리요?》

  그런데 할아버진들 코끼리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나.

  《코끼리소린지 아닌지 알게 뭐야. <코코> 하고나서 <끼리끼리>하는걸 보니 코끼리가 저렇게 우는게지.》

  《아이구, 령감. 이 동네에 무슨 코끼리가 있다고 그러시우? 정신 차리고 어서 나가봐요.》

  《알았어요. 내 나가보지.》

  그제서야 할아버지가 부시럭부시럭 자리에서 일어나. 그러니까 도둑은 기겁을 하고 달아나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달아난다는게 부엌으로 들어갔어. 부엌으로 들어가보니 어디 숨을데가 있나. 여기저기 헤매다보니 커다란 물항아리가 보이거든. 급한 김에 그 물항아리속에 들어갔어. 들어가긴 갔는데 얼굴은 숨길수가 없거든. 물속에 얼굴까지 집어넣으면 숨이 막혀 죽을테니 말이야. 그래서 얼굴만 물우에 쏙 내놓고 앉아있는데 마침 항아리안에 바가지가 하나 둥둥 떠있지 뭐야. 옳다구나 하고 그 바가지를 뒤집어썼어.

  할아버지는 마루에 나와서 여기저기 둘라봐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부엌으로 들어갔어. 부엌구석에 있는 항아리를 들여다보니까 바가지가 달랑 물우에 나와있거든.

  할아버지가 그걸 툭툭 두드려보면서 《이건 뭔고? 바가지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하니까 도둑은 가슴이 섬뜩해서 얼른 주워섬긴다는것이 《박박, 바각 바각, 박박, 바각바각…》 했겠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하는 말이 《음 틀림없는 바가지로군.》 하면서 도로 들어가더란다.

  작자소개:서정오(1955~)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여남. 대구교육대학 졸업. 옛이야기들려주기와 다시 쓰기(재화)에 힘씀. 작품에 《뚜꺼비신랑》, 《호랑이를 잡은 기와》 외.

  출전(出典)-《옛이야기보따리》 제6권(1996년 보리사발간)에 수록.

일본말 번역
(조선신보 200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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