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군의 투시
나는 누구든 좋은 술을 주겠다면 백리라도 따라갈수 있는 지독한 술군이다. 직장에서 일할 때도 가끔씩은 술생각이 나는데 누군가 술얘기를 꺼내면 더욱 그러하다. 좋게 말해 애주가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정치판에서 공개적으로 술이야기가 나오더라. 놀라움보다 반가운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나같은 서민들이나 뒤골방에서 술, 술 하는줄 알았는데 한다하는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버젓이 술소리가 나오다니.
구미가 동했다. 나는 원래 누가 정치를 해도 우리 서민들 처지는 달라질게 없다고 믿었기에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별로였다. 그러나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많아도 맛없는 안주가 없고 모든 음식뒤에 《안주》자만 붙이면 다 맛있는것처럼 정치인들과 술을 한데 섞어 비교한것을 보니 나도 한번쯤은 진지한 자세로 정치인들을 바라보고싶어졌다고 해야 할지.
뉴스에 등장한 안철수후보측의 말에 의하면 세명의 《대선》후보들이 각각 《썩은 술》, 《덜 익은 술》, 《잘 익은 술》이라던데 무엇으로 그런 평가를 내렸을지 궁금해진다. 대체로 사람들은 맛과 향기, 색갈로 술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리재명은 썩은 술》, 이건 그의 대장동게이트론난을 념두에 둔것 같은데 술로 치면 저리 냄새만 맡고 평가했다고 볼수 있다. 리재명이라는 술단지를 개봉하니 처음부터 냄새가 나빠 맛이나 색갈은 더 론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겠다.
《윤석열은 덜 익은 술》, 이건 그의 미천한 정치경험을 가리키는듯 한데 술로 치면 맛만 보고 평가했다고 할수 있다. 코를 바싹 들이대고 냄새까지 맡는다면 리재명에 못지 않게 썩은 내가 진동할것 같은데. 처와 장모가 검찰수사를 받고있는것은 물론 본인이 무려 6건의 범죄혐의를 받고있지 않는가.
《안철수는 잘 익은 술》, 이건 그의 정치경륜 10년을 치켜세울 의도같은데 술로 치면 색갈만 놓고 평가했다고 할수 있다. 꼭 10년동안 진영을 가림없이 여기저기 정치권을 동분서주해왔으니 이 색갈, 저 색갈 막 섞여져 그 색갈이 좀 《특이》해졌을수 있겠다. 그런 식으로라면 물감을 넣더라도 색갈만 곱고 진하면 제일 좋은 술로 된다는 소리인데 술을 마실줄 모르는 우리 와이프도 쓰겁게 웃겠다. 하도 《잘 익은 술》이라니 한마디 더 보탠다면 그렇게 오가잡탕을 다 뒤섞어놓고 건강에 해로운 물감까지 넣은 술을 마셨다간 후과가 대단히 좋지 않다. 그래서 나같은 술군들도 술을 못마실지언정 그따위 독약이나 다름없는 잡탕술에는 입을 대지 않는다.
결국 세가지 술이 다 마실만한 술이 못되는것 같다. 맛과 향기, 색갈을 다 종합하여 평가한다면 리재명이든, 윤석열이든, 안철수이든 모두가 《푹 썩은 술》, 《덜 익은 술》, 《막 섞은 술》일뿐 이들중 그 누구도 《잘 익고 향기롭고 색갈고운 술》은 될수 없겠다.
《술》은 많고 홍보는 화려해도 정작 마실 《술》이 없는 우리네 국민들은 정말 불쌍하기 그지없구나.
막걸리 – 부산 – 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