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 패자의 어리석음
며칠전 남조선의 적페진영안에서 진행된 《단일화컵》권투시합이 막을 내렸다.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을 조합한 얼럭덜럭한 운동복을 입은 선수와 오렌지색의 운동복을 입은 선수사이에 치렬하게 벌어진 이번 시합에서는 《국힘》팀의 키가 큰 《사퇴왕》이 《국당》팀의 《철수왕》을 완전넘어뜨리기로 이겼다.
《사퇴왕》이 《철수왕》을 제끼기란 그야말로 헐치 않았다고 한다.
몇달전까지만해도 《철수왕》이 영양보충과 훈련을 잘해서인지 몸상태도 좋고 타격력도 세다고 소문이 난데다 표리부동한 《철수왕》패들의 요란한 광고전에 응원자들이 몰려들어 《사퇴왕》은 겁에 질리고 수세에 몰려있었다. 그 당시 권투시합을 했더라면 분명히 《철수왕》이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사퇴왕》을 단박에 때려눕혔을것이라는것이 여론의 일치한 평이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사퇴왕》과 교활한 그의 감독(김종인)이 시합날자를 질질 끄는 시간지연전술, 상대에 대한 흠집내기로 응원자들을 돌려세우는 전술, 상대의 약을 바짝 올려 분기가 치밀어오르게 만들고 정신쇠약증에 걸리게 하는 전술 등 이른바 《기기묘묘》한 술책들을 구사했다고 한다.
그것이 은을 냈는지 시합당일날 링안에 들어선 《철수왕》은 그처럼 넘쳐나던 기력은 다 빠지고 상대선수의 기세앞에 한풀 꺾인 상태였다. 그런데다 그를 미친듯이 환호하던 많은 응원자들이 《사퇴왕》쪽으로 많이 넘어가거나 중립을 표방하면서 경기장형세도 완전히 급전하였다.
결국 몇주전까지만해도 당장 시합하자, 완전 자신있다, 1회전에서 꺼꾸러뜨리겠다 하며 기세등등하던 《철수왕》은 이번 권투시합에서 무참하게 얻어맞고 쓰디쓴 패배를 당하였다.
《철수왕》의 실책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물론 《사퇴왕》쪽의 전술에 어리석게 말려든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전에 《단일화컵》시합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것이 때늦게나마 《국당》팀안에서 터져나오는 개탄의 분석들이다.
만일 《단일화컵》시합을 하지 않았을 경우 본선결승경기는 《더불》팀선수까지 포함하여 3명의 선수들이 하게 되는데 그러면 상대팀선수들끼리 싸워 힘을 뽑게 하고 제 힘은 절약하여 어부지리를 얻을수 있었다는것이다. 그런데 《철수왕》이 《적페》팀이라는 락인이 찍혀져있는 《사퇴왕》쪽과 《단일화컵》시합이라는것을 고안해내고 거기에 너무 극성을 부리면서 힘을 많이 소모한데다 처신을 잘못해 적지 않은 《철수왕》응원자들이 침을 뱉고 중립으로 돌아섰다는것이다. 결국 《철수왕》은 《단일화컵》시합에서 이긴 다음 더 많은 응원자들의 박수속에 멋들어지게 《더불》팀선수를 제압해보려던 노릇이 오히려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져 본선결승경기에 진출조차 못하게 되고말았다. 그야말로 한쪽은 잔치날 큰상 받은 기분이고 다른쪽은 주먹 맞은 감투 꼴이 되였다.(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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