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필 : 《패전령혼들의 좌담회 2회분》
우르릉 꽝~꽈광. 천둥이 울고 번개가 친다. 여기는 염라대왕이 있는 지옥의 심판장.
얼마전 저승사자로 부산에 갔다가 포항, 대전, 문경고개 등을 거쳐 서울, 인천을 돌아 귀환길에 오른 파발이 들어선다.
《염라대왕님. 분부대로 각지에 어지를 전달하고 현대판 네로와 야누스들의 광기도 다 알아가지고 대령했나이다. 최근 <유엔군사령부>것들이 조선전쟁도발 70년을 계기로 전쟁에 참가하였던 각국 고용병들로부터 그 무슨 <무용담>과 사진, 그림 등 관련자료들을 수집하는 놀음을 벌려놓았다고 하나이다. 그리고는 심심히 <추모>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명예롭게 찬양>하며 <잊혀진 전쟁을 기억되는 전쟁>으로 만들겠다는 요란한 광고놀음까지 여기저기에서 벌려놓고있다 하옵니다.
참, 그리고 남쪽지역에서는 지난해에 7월 27일을 <유엔군참전의 날>로,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법>화하고 오는 6월 25일을 계기로 미국과 함께 각종 <행사>들을 벌린다 하옵니다.》
《뭐라구? 세상에 그런 억지스러운 놈들이 또 어디 있다더냐. 어허 안되겠다. 패전령혼들을 당장 내앞에 대령시켜라.》
이렇게 되여 지옥의 심판장에서 두번째 좌담회가 계획전에 진행되게 되였다.
이글거리는 불가마, 기름가마주위에 처참한 몰골을 한 패전령혼들이 들어선다.
줄레줄레 모여든 패전령혼들앞에서 파발이 염라대왕에게 하였던 보고를 자상히 내리엮는다.
이윽고 염라대왕: 파발의 보고를 다 들었으니 네놈들 생각을 고해라. 그래 왜 이런 놀음이 벌어진다고 보느냐?
패전령혼들 일제히: 예잇. 그것은 죄악의 력사를 오도하려는… 말하자면 과거의 망신과 수치를 조금이라도 덜어보자는 짓이라고 보나이다.
그래도 《장성》이랍시고 워커가 썩어문드러져가는 턱주가리를 올려붙이며 무리를 비집고나섰다.
패전령혼 워커: 대왕님. 제가 전에도 말씀드린바이오만 합동참모본부 의장 브랫들리가 《솔직히 말하면 조선전쟁은 커다란 군사적재난이며 잘못 고른 장소에서 잘못 고른 시간에 잘못 만난 적과 싸운 잘못한 전쟁이였다.》고 한탄했다는 말이 생각나오이까?. 그러나 저는 그런 후회의 말도 남기지 못하고 조선전장에서, 그것도 전방도 아닌 후방에서 지뢰전에 걸려 불귀의 객이 되고말았소이다. 굳이 바란다면 1211고지가 왜 《상심령》, 《함정골》로 불리우게 되였는지 알아보소이다. 여기 이 녀석들이 그 처절한 사연에 대해 자상히 알고있으니까요.예.
《대왕님, 그건 사실이오이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그때의 광경이 어려와 가슴이 저려 잠들수 없나이다.》라고 하면서 패전령혼 필터가 무주고혼이 되던 그날을 회상하며 눈을 감고는 가슴에 두손을 모두어 얹는다.
막대한 병력과 전투기술기재를 동원하여 하루에도 3만~4만여발의 폭탄과 포탄을 퍼부으며 감행한 수십차례의 《파도식공격》,
하지만 …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동료들의 비명소리, 인민군의 기묘한 전투조법들앞에서 파고철로 나딩구는 땅크와 비행기의 아츠러운 굉음에 귀가 멍멍하다 못해 정신까지 혼미해져 하늘땅을 분간못하던 그 나날들.
《무훈》을 세우고 살아돌아오면 묵돈이 차례진다는 상전의 말에 속아 죽음의 함정에 빠진것을 후회하며 고지아래로 내리뛰다가 제편의 폭탄에 휘뿌려져 만신창이 되여 골짜기에 묻힌 그였다.(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