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평 : 무엇이 북남관계의 새로운 려정을 가로막고있는가
먼길을 떠난 사람은 예상치 못했던 일들에 부닥치기마련이며 그것이 행운이든 재앙이든 그 모든것을 각오하고 헤쳐나갈 때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할수 있다.
하물며 온 겨레의 기대와 념원속에 새로운 려정을 시작한 북남당국의 경우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금 북남관계는 력사적인 판문점선언채택이후 극적으로 마련된 평화번영과 화해단합의 훈풍속에 새로운 력사의 장을 펼치고 개선과 발전의 길을 헤쳐가고있다.
적대와 불신이 없고 전쟁과 대결을 모르며 우리 민족끼리 화해와 신뢰, 평화와 안정, 협력과 교류속에 북남관계개선의 휘황한 전도를 열어나가기를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열망은 그 어느때보다 강렬하다.
이 공통된 의지와 념원에 따라 북과 남사이에는 체육과 철도, 도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부문별 실무회담들이 련속 이루어지고 개성공업지구에 공동련락사무소개설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있으며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위한 준비사업도 일정대로 진척되고있다.
군사적긴장완화와 전쟁위험해소를 위한 군사회담과 접촉도 진행되고있다.
북남통일롱구경기대회가 온 겨레의 기대와 관심속에 성황리에 벌어지고 남조선 대전에서는 탁구단일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승을 거두는 등 민족의 위상을 만방에 떨치고있다.
이 모든것은 일촉즉발의 전쟁국면에 처해있던 지난해말까지의 북남관계에 대비해볼 때 상상밖의 경이적인 변화인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펼쳐지고있는 이 광경들이 관계개선의 거세찬 실천적흐름으로 이어지는것이 아니라 분위기조성으로 그치고있다는데 있다.
오죽하면 거머쥐면 잡히지 않는 비누거품에 불과하다는 평까지 나오겠는가.
부풀었던 비누거품이 꺼지면 형체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 북남관계를 굳이 이렇게밖에 평할수 없는 리유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것이다.
현재 북과 남사이에 여러 갈래의 사업들이 분망하게 벌어지고있지만 그 내막을 현미경적으로 투시해보면 겉만 번지르르할뿐 실속있게 진행되는것은 거의나 없다.
여기저기에서 무엇을 한다는 여론만 무성할뿐 그 어디서도 실제적인 움직임은 볼래야 볼수 없다.
온 민족이 요구하는것은 북남관계의 부분적인 변화가 아닌 전면적인 대전환이며 대결국면과 전쟁위험의 일시모면이 아닌 항구적인 화해와 평화이다.
그러나 남조선당국이 취하고있는 관계개선조치와 협력교류를 위한 실행방식은 어떠한가.
북남관계를 다루는 남조선당국의 공식은 《비핵화진전에 따른 관계개선추진》이다.
판문점선언이 채택된 때로부터 석달이 되여오는 현시점에서 몇가지 실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남조선당국은 5.24대북제재와 유엔제재라는 안경을 끼고 북남관계를 다루다나니 제입으로 말 한마디를 하자고 해도 이쪽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제 팔다리를 움직이자고 해도 저쪽의 기분상태를 고려해야 하는 등 민망스러운 행태를 보이며 제스스로 곤욕을 치르고있다.
서해지구의 쥐꼬리만 한 군통신선을 련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건너의 승인을 받느라고 야단을 피우고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 위한 공동련락사무소작업에 필요한 몇kW용량의 발동발전기를 들여오는것도 제 마음대로 결심하지 못하는 불쌍한 모습의 연출자도 다름아닌 남조선당국이다.
철도, 도로련결과 현대화를 위한 협력사업도 그러하다.
이 사업은 군사분계선에 가로막혀 인공적인 섬의 신세가 된 남조선으로서는 그 무슨 《협력사업》이기 전에 자기자신의 숨통을 틔우는 절실한 문제이다.(전문 보기)